종합 병원에서 매출을 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들어가 있는 약이 더 많이 처방되게 만들면 된다.
그러려면 처방권자를 많이 만나고 설득해야 한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다.
개인 의원을 담당할 때, 종합 병원 담당자는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많아야 서너 개 병원에 다니면서 걸으면 얼마나 걸을까. 이렇게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만보기를 차고 다녔는데 하루 2만 보는 쉽게 넘었다.
담당 병원이 적은 만큼 대안도 적었다. 한번 포기하면 갈 곳이 없었다.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처방권자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한다.
내 제품에 정통해야 하고 경쟁사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현재 처방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아야 했다. 그런 걸 모르면 바보가 되기에 십상이다.
제품에 대해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나름의 전달 아이디어를 붙이면 된다.
그러나 진짜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처방 상황이다. 그걸 모르면 일을 시작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다. 장애물투성이다. 누가 그런 것을 알려 주겠는가.
우선 병원 약국 출입이 안 된다. 업자 출입 금지는 기본이다. 의약품 출고 카트를 보다가 면박당하기 일쑤다. 한두 번 그런 일을 당하면 자존심도 엄청 상한다.
그러나 어떻게 하랴. 일해야 하니까 엄청 기웃거리고 다녀야 한다. 파악이 완벽히 될 때까지.
이걸 우리는 오더 파악이라고 한다.
동료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다. 회의하다가도 정해진 시간이 되면 불문곡직 뛰쳐나가는 나를 보고, ‘오더교 교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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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병원을 담당할 때다.
병원 약국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 약국 앞에 죽치고 앉아 매일 같이 하염없이 우리 약의 진열 상태를 바라봤다.
약이 움직인다.
‘어제는 이만큼, 오늘은 이만큼. 옳지! 이만큼 빠졌구나! 하루라도 안 가면 모든 게 꼬여버린다. 약은 일정한 시간에 오르내린다. 아~ 일할 수 있겠다.’
병원이 쉬지 않는 한 회사의 휴무와 상관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한자리에 진을 치고 죽쳤다. 그리고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러고 나서 처방권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처방이 늘었다. 매출이 올라갔다. 성공했다. 임무를 완수했다.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아 국립**병원을 후배에게 인수인계하고 S 대학 병원으로 옮긴 얼마 후, 인수인계를 받은 후배 M 군에게 들은 이야기다.
**병원 약사가 진지하게 물어왔단다.
“전 담당자분은 어느 약사님을 좋아해서 매일 그렇게 앉아서 약국을 바라본 거죠?”
함께 크게 웃었다.
“왜 이래요! 그분은 애가 둘인 유부남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산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