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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맨티킴 Nov 16. 2020

두 번째 고백! 이제야 쓴다.

의미 있는 삶이 시작됐다.

난 삐뚤어져 갔다. 한참 태권도와 공부에 재미를 붙여가던 시기에 부모의 이혼으로 두 가지를 모두 놓아버렸다. 싸움, 경찰서, 정학을 반복했고 고등학교는 겨우 입학했다. 중학교 마지막 수업 시간에 “너 학교 어디가?” 묻던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 학교 가지 마, 가면 깡패 되니깐.”


역사의 반복처럼 고등학교도 다를 게 없었다. 홍성 보호 관찰소에서 반성문을 쓴 날이었다. 반성문을 읽더니  “넌 여기에 왜 있냐?” 그동안 봤던 문제아들과 달랐나 보다. 일기 때문인가? 공부, 태권도 모두 부모 때문에 못 하는 것이라며 핑계를 댔지만 일기는 놓지 않았다. 한 줄이라도 무언가 적을 때면 외롭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였다.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갔다. 울면서 날 가만히 놔두라고 했다. 내가 공무원이 어떻게 되냐고 울부짖었다. 한참을 울다가 나는 작가가 될 거라고, 내가 쓴 글들을 보여주며 나는 작가가 꿈이라고, 왜 내가 원하지 않는 걸 시키려 하느냐고 어머니에게 주사를 부렸다. 이 사건 이후로 완전히 대화가 끊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네가 뭘 할 수 있냐고, 끈기도 없는 녀석이라며 무시하기 시작했다. 세뇌되듯 할 수 있는 게 없고 끈기 없는 녀석임을 인정하며 살기 시작했다. 학생의 신분으로서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난 끈기 없는 놈이 되었다. 나는 못된 당나귀였지만 어머니에게만은 고분고분 길들여졌고, 그렇게 20여 년이 지났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했다. 못난 아들이어도 의지한 건지 놓아주질 않았고. 가업처럼 식당을 하게 되었다. 창살 없는 감옥에서 무의미한 시간은 흘러갔다.


쳇바퀴처럼 일기를 쓰는 내게 “블로그에 써 보세요.” 날 구원해준 아내의 한 마디. 뭘 써야 하는지 모른 채 하루 일상 일기가 되었다. 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내랑 친구 한 명이 유일한 독자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연습하는 것이다> 타이탄의 도구들 책을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 블로그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세상을 압축시켜 놓은 것처럼 수많은 전문가와 세상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와! 나도 쓰고 싶다. 잘하고 싶다. 어릴 적에 어머니에게 눌렸던 꿈이 아주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게 들렸다. ‘안 늦었어.’ ‘늦지 않았다고? 내가 쓸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두렵고 자신감 없었지만, 그냥 계속 썼다.


자영업 11년 차. 우선 식당의 일상을 쓰면 되겠다 싶었다. 글은 화려하기보단 솔직해야 한다고 글이 곧 자신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응, 미안. 그니깐 식당을 해 왔던 경험을 살려서 글을 쓰고 부동산 공부도 하고 싶어” 몇억 년 묵은 용암이 솟구쳐 오르듯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빨리 말하고 싶었다. 막 잡은 생선을 날것으로 먹듯 그대로 이야기했다.


식당의 본질은 부동산이라고 말하는 맥도널드, 스타벅스처럼 식당을 해 왔던 시간이 어쩌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의 트래픽 증가를 부동산 개발업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두 번째 고백이었다. 25년이 걸렸다. 글도 쓰고 부동산 공부도 하겠다는 꿈이 생긴 거다.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찾았다. 이제야 쓴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던 소중한 노트들을 다시 꺼낼 수 있게 됐다. 3년 후에도 블로그와 브런치에 꾸준히 쓰고, 5년 후 “부동산에 대해선 그 친구에게 물어봐”라고 듣는 다면 꿈은 정말 등대가 되었구나. 길을 잃지 않은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끈기 없는 놈이 끈기 있게 글을 쓰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놈이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고 어머니에게 말해주고 싶다.


글쓰기 덕분에 늦은 때란 없다는 걸 깨달았다. KFC 샌더스 할아버지처럼 내가 60이 된 것도 아닌데 왜 두려워하며 자신 있게 나아가지 못했을까. 마흔이 넘어서야 내 자존감이 회복되고 있음을 느낀다.


쓰면서 알았다. 누구나 삶의 목적은 있다는 것을.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말한다.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한 순간부터 의미 있는 삶이 시작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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