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이 강하대 -
차곡차곡 일상
남편은 강원도 사람이다. 다른 지역 사람과 만나 같이 산다는 건 여러 면에서 참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다. 그중 한 가지가 음식이다. 남편은 바다냄새 물씬 나는 생선과 해조류를 아주 좋아한다. 나는... 바닷가에서 마시는 커피를 좋아하고. 이 채소도 그렇다. 오늘은 '누리대' 얘기다.
남편과 저녁을 먹다가 한 컷 했다. 기왕 찍을 거면 반찬을 좀 제대로 놓을 것을 찍고 나서 살짝 후회했다. 한 번 더 찍을까 망설이다 평상시에도 그릇과 배치를 따지는 편이 아니기에 그냥 숟가락을 들었다.
여기서 잠깐 반찬설명을 해야겠다.
맑은 감잣국을 끓이고 깻잎을 조렸다. 깻잎조림은 그래도 내가 좀 한다! 열무김치는 서민갑부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회사에서 산 것이고, 명란은 강릉에 있는 어머니 단골 집에서 받은 것이며 초고추장은 어머니의 손길이다.
노란 원 안의 얘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느리대 라 알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누리대' 더라. 이 역시 어머니가 주신 채소다. 강원도에서 이. 맘. 때. 쯤 공수해 오는데 편하게 젓가락이 가진 않는다. 샐러리와 고구마줄기의 중간 굵기로 아주 심플하게 생긴 녀석이나 생긴 것과 달리 식탁을 지배하는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자기 보호 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누리대는 그 능력이 가히 비교불가다.
우리 집안에서도 어머니와 남편만 즐기는 기호식품이다.
오랫동안 별 관심 없던 그 누리대가 오늘따라 갑자기 궁금해졌다. 반을 잘라 입에 넣었다.
씹는 느낌은 아삭하나 그 뒤에 락스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고수나 샐러리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좀 다르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됐다. 근데 신기한 건 상. 큼. 함. 이 느껴져 몇 번 더 시도하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다. '누리대'의 강한 향에 조금씩 스며드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신기함에 서로 웃었다.
내가 철석같이 믿는 부드러운 우리 엄니가 왜 계속 권하시는지 이. 제. 알 것 같다.
91년 동안 그 많은 세월을 잘 살아오신 우리 엄니의 말씀은 거의 틀린 게 없다. 그래서 엄니는 나에게 등대 같은 존재다!
별로 잘하는 것 없는 며느리지만... 그래도 엄니랑 전화로 수다 떠는 건 잘한다.
이렇게 엄니랑 오래오래 수다 떨고 싶다~^^
* 오늘의 단어는 시어머니 しゅうとめ(슈~토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