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야 이젠 그만 내리자 -
차곡차곡 일상
올해 장마가 유난히 긴 느낌이다.
초복이 지나고 중복으로 향해가는 요즘 한창 더위에 시달릴 때지만 계속 쏟아지는 물폭탄에 더위마저 주춤하다. 엉거주춤한 더위에 다행이란 생각보단 많은 비에 사고가 이어져 안타깝기만 하다. 기록적인 폭우로 매시간 뉴스특보가 이어지고... 교통통제, 재산 피해, 인명피해가 속출해 우리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요 며칠 아는 사람들과 연락을 자주 하고 있다. 많은 비에 무탈하냐는 전화와 메세지들이다. 큰비가 무섭고 야속하긴 하지만, 이로 인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니 역시 우리네 마음은 따뜻하다.
문득 창고에 있는 물건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특히 두루마리휴지. 물론 말리면 되지만 물에 젖으면 우글우글한 그 모양새가 참...
베란다의 창고 문을 열자, 동글동글 딴딴하게 말린 두루마리들이 건재함을 과시하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행이다.
튼튼하고 둥그런 몸체가 떡~허니 버티고 서 있는 것을 보니 갑자기 연탄이 생각난다. 흑과 백이라는 극명한 색의 대비보다 어릴 적 집 뒤켠에 질서 정연하게 세로로 쌓여있던 그 자태가 내 머리에 먼저 인식이 되었나 보다.
하얀 연탄! 그 이름 괜찮네.
뜬금없이 좀 더 엉뚱해보자면~
난 매장에 걸려있는 (특히 은색) 넥타이를 보면 펄떡이는 갈치가 생각나고, 롯데타워를 보면 싱싱한 고등어가 다이빙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아무렴 어떠냐~ 무미건조하게 바라보기보단 소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 걔네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특별대접받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아무튼!
연탄불이라도 피워 이젠 하늘을 따뜻하게 말려주고 싶다. 더 이상 폭우가 내리지 않게~
*오늘의 단어는 큰비 おおあめ(오~아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