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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Sep 15. 2021

매혹적인 이야기란 이런 것

<엄청나게 큰 라라>를 읽고

이야기란 이런 것.

아주 조금만 읽고 잠들어야지 했던 마음을 금세 접게 만드는 것.

그냥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가 버려 이 책이 너무 빨리 끝나버리면 어쩌나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것.


끝내, 내가 래니의 반 아이 중 한 명이 되어 떠나가는 라라를 잡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지고 마는 것.

그래서 잠이 홀딱 깨어버리고 가슴은 뒤흔들려버리는 것.


이야기의 시작은 참 단순했다.


평범했던 4학년 교실에 엄청나게 큰 몸집의 전학생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아이들은 그 엄청나게 큰 라라,를 괴롭히고 웃음거리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 난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대하는 라라의 방식이 놀랍고도 신선했다. 어쩌면 이 책이 비슷비슷한 수많은 이런 왕따를 다룬 이야기와 다른 지점일 것이다.


 끊임없이 놀리고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라라는 그 아이 조차 몰랐던 자신만의 매력을 나지막이 들려준다. 그것은 흡사 마법사의 주문 같다. 매니의 그림자에 불과했던 사라를 연극 <장날>의 주연으로까지 오르게 만들고, 연기 심사의 몇 줄 대사도 외우지 못한 주인공 래니에게 새로운 빛을 선물한다.


 그랬기에 라라를 놀리는 방식이 치졸하고 더 악랄해질수록 라라가 불쌍하고 안됐다는 쓸데없는 연민에는 빠지지는 않게 해 준다. 아, 이 아이는 마법사 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서 어쩌면 천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어떤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처럼 그렇게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본문에 앞서 추천의 말에서 임정진 작가가 일러주듯
이 이야기는 또 하나의 물줄기를 갖고 있다.
 
래니가 스미스 선생님께 배운 글쓰기 방법을
라라가 소개하면서 적용하고 알려주는 것이다.


등장인물에서부터 악역, 위기, 갈등, 절정에서 대단원까지 이야기와 글쓰기의 노하우가 어찌나 잘 녹아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연극무대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진 수모를 겪은 뒤 떠나는 라라를 잡기 위해 래니의 반 아이들이 모두 보드판에 사과와 사랑의 메시지를 들고 달려온다. 하지만 라라를 태운 파란색 밴은 먼지를 뿜으며 달려가고 우리는 여전히 밴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기에 서있었다, 는 것이 마지막 장면.


“이야기가 끝나면 그 걸로 끝인 거야.”라는
스미스 선생님의 가르침을 일깨우며
 
이야기가 일단 끝나면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가지 말라, 고
누군가 아직도 이야기에 끼어 있다면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한다, 는
마지막 귀띔도 인상적이다.


 그렇게 미련 없이 끝낸 결말 이어선지 엄청나게 큰 여운이 남는다. 

마치 나도 래니 옆에서 라라의 파란색 밴이 먼지를 뿜으며 사라지는 것을 눈앞에서 본 것처럼.




책 제목: 엄청나게 큰 라라

작가: 댄디 데일리 맥콜

역자:김경미

출판사: 푸른숲주니어

발매: 2010.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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