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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Aug 01. 2019

임신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첫 번째 이야기

아기가 이젠 꽤 컸겠구나.


육 개월이 지나면서부터 갑자기 쑥쑥 큰다던데, 어때? 요즘 몸이 많이 무겁지? 배가 얼큼 많이 나왔을지 모르겠다. 항상 마르고 연약하던 너였는데 남산만 한 배를 지니고 있을 네 모습이 사실 상상이 잘 안 가. 네가 임신 성공했다며 카톡 보내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너에게 어떤 선물을 해 주면 좋을까. 산모용품 뒤적뒤적이고 있는데 워낙 정보가 방대해서 무얼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너는 또 언니들이 아이를 낳았으니 물려받은 산모용품도 많을 것 같아. 그래도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줄래? 멀리 있다는 핑계로 결혼도 못 챙기고, 이젠 네가 아이 낳는 것만이라도 꼭 챙겨주고 싶은데...


네가 어서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어. 네가 조카를 보듯 나도 네 아기를 보고 싶어. 요즘 나 건후랑 벤틀리한테 푹 빠져있잖아. 진짜 조카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내 아기가 생긴다면 도대체 얼마나 예쁠까?


태어날 아기가 너 같은 엄마 만나서 참 다행이야. 똑부러지는 엄마, 친절한 아빠를 비롯한 안정적인 가정환경,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이사를 가고 제반 준비를 해 놓고, 아기를 그토록 기다리고 만나길 고대하는 너같은 엄마라니. 너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이라고 했지만, 난 너를 보면서 과연 너만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야.


이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겠지. 마냥 내 개인의 꿈과 희망뿐만이 아닌, 어느 누군가를 위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걸 느껴.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서 우리의 세대는 끝난 거야. 바야흐로 우리 아이들의 세대가 시작되는 거겠지. 한 시대의 종말이라고 해서 우리가 퇴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또 다른 시대의 탄생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들 또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새로 태어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뜻할 거야.


살아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걸 살면서 비로소 알게 되는 것 같아. 이게 바로 더 살아야 하는 이유,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 겠지. (엄마는 나 같은 딸 꼭 낳아봐야 한다고 벼르고 계셔.) 하루하루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산다는 것' 그 자체의 보람을 느낄 수 있기에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걸 조금씩 확신 비스무리한 걸 하게 돼.


그러니까 우리, 곧 태어날 아이에게도 삶을 선물해 주자. 네가 태어날 세상이 비록 완벽하진 않더라도, 아름다운 곳이란 걸 알려주도록 하자. 아이에게 세상은 참으로 살만한 곳이고 참으로 예쁜 곳이니, 그러니까 어서 나오라고 재촉해 보자. (아기야, 듣고 있니?ㅎㅎ)


부디 몸 건강하게 잘 지내고!


아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산모가 건강한 게 최고야. 혹시라도 임신 우울증, 산후우울증 같은 조짐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나한테 언제든지 전화하고 말이지~ 하소연해라고! 물론 밝고 건강한 네가 아플 일은 없을 것 같다만... 혹시나 해서. 그리고 제발 좀 너무 일 열심히 하지 말라고! 신랑한테는 이때가 기회니까 어리광 많이 부리고!ㅋ


요즘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야. 곧 장마철이라는데 습하면 에어컨 꼭 켜고~ 근데 머리 띵하면 안 되니까 에어컨 자주 끄고~ 항상 따뜻한 옷 챙겨 입고~ 물도 미지근한 물 마시고~ (걱정만 늘어놓는다. 아이고...)


부디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기와 함께 매일매일 뜻깊은 날들 되길 바라. 넌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멀리서 기도할게. 네 걱정 내가 좀 덜어가겠다고 말이야.


잘 자고. 오늘도 아기와 함께 편안한 밤 되길... ^^








2019년 7월 1일

ㅡ 너를 떠올리며 멀리서 벼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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