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감_TV 시청
지난주에 모처럼 외출을 했다. 아주 가끔 집 앞 편의점 등에 나가기는 했지만 화장도 하고 외출복도 꺼내 입고 나간 건 오랜만이었다. 겨울로부터 타임슬립이라도 한 듯 나 혼자 두툼한 겨울 외투를 입고 있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원래 3월이면 바람도 좀 불고 쌀쌀하고 그렇지 않나? 아무튼 그날따라 유독 날씨가 푸근했다.
자의 반 타의 반 집에 틀어박혔던 게 1월 말 무렵부터였는데 3월 말이 되어서야 급박한 사정이 아니라도 떳떳하게(?) 외출할 수 있는 처지가 된 것이다. 대단치 않은 책을 한 권 집필 중이었는데 뜻대로 글이 써지지 않아 출판사와 약속했던 마감 날짜를 훌쩍 넘겨버렸고, 마음이 불안한 가운데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별로 진척이 없었다. 스스로 결심하기를 '탈고를 하기 전까지는 가급적 외부 활동을 삼가자' 했던 것이 두 달가량의 집콕 배경이다. 그러는 와중에 열심히 밖으로 돌아다니던 딸이 코로나를 옮겨와 둘이 나란히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미 자발적 격리 중이었으니 크게 불편할 건 없었다. 좀 앓는 바람에 아파 또 책 작업이 더뎌졌고 마감을 질질 끌다가 지난주에 간신히 탈고의 기쁨을 맛보았다.
지루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큰 위안이 되었던 건 의외의 '덕질'이었다. 원래 '덕질'이라는 말 자체가 익숙하지도 않고, 딸아이가 한창 '덕질'에 빠졌을 때도 한심하게 바라보았었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게 키보드를 두드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컴퓨터 화면은 텅 빈 공백으로 놔두고, 데스크톱 앞에 펼쳐놓은 태블릿 화면에서 무한 재생 중인 한 가수의 노래에 넋을 놓고 앉아서 밤을 새우곤 했다. 나 자신에 대한 끝없는 의심과 불신으로 고통스러웠던 순간에 나와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간절함을 담아 노래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정말 큰 위안과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싱 어게인 2에서 처음 본 나겸 가수는 독보적 음색으로 '골목길' 불렀을 때부터 나의 원픽이었다. 충만한 소울과 열정 그리고 화끈하고 솔직한 성격까지 다 좋다. 전체적으로 풍기는 드라마틱한 감성이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나이가 들수록 뭘 해도 신나지 않고 그저 그랬는데 그런 나의 삶에 작지만 아름다운 전구 하나가 '반짝'하고 켜진 느낌이었다. 성격이 화끈하고 솔직한 건 어떻게 아냐고? 인스타 라방에서 그녀의 진면목을 확인했다는...ㅋㅋ 결국 팬 카페까지 찾아서 가입하고, 싱 어게인2 탑 10 콘서트도 예매했다. 공연에 가려고 팬 카페 사람들과 공동구매로 반짝거리는 슬로건인지 뭔지도 주문해버렸다. 이 정도면 덕질 코스를 제대로 밟고 있는 거 아닌가? ㅋ
예전에 모 트로트 가수의 공연이 열리던 날 모르고 올림픽 공원을 방문했다가 식겁했던 기억이 난다. 나와 연배가 비슷하거나 더 높아 보이는 분들이 가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똑같이 입고, 각종 응원 물품까지 챙겨 들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불가인 동시에 신기한 구경거리로 생각했었다. 4월 16일 오후 7시가 되면 올림픽 공원에 나겸 상징 컬러인 보라색의 옷과 마스크로 치장하고, 손에는 보라색 반짝이 슬로건을 들고 줄을 서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내 나이가 어때서? ㅋ
#싱어게인2 #나겸 #덕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