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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Aug 22. 2023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

저마다 자신을 살피는 방법이 다를 테지. 나의 경우, 밤새 어질러진 이불을 정리한 뒤 세탁기 전원 스위치를 누르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것으로 나의 기분을 끌어올린다. 종일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기에 어지럽혀 있으면 무슨 일이든 집중력이 떨어지는지라 나를 위해서라도 매일 이 ‘고정 의식’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생각이 많아지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날이면 일단 단순노동거리를 찾는다. ‘하루 이틀쯤은 생각하기를 멈춰도 되잖아.’ 자체 뇌 가동 중지서비스를 한 번씩하고 있다. 지난 며칠은 마늘 껍질 벗기기에만 집중했고, 결국 3킬로 마늘을 죄다 까는- 결과적으로 고민하던 일이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지만, 여유를 찾게 됐고, 요리에 사용할 재료까지 든든하게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를 든든케 하고 설레게 하는 또 다른 것으로는 문구류들이다. 사용하는 연필, 펜, 노트, 지우개, 메모지 등등 이왕이면 잘 써지면 좋고, 필기할 공간이 많은 줄 노트면 더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종이와 펜을 만나는 날이면 꼭 기다리던 벗을 만난 것 같아서 그곳에 어떤 말이든 끄적거리게 되고 쏟아놓게 된다. 그리고 문구류만큼이나 아낌없이 지갑을 열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책과 앨범이다.


우간다로 직접 배송이 안 돼 늘 아쉬움이 남지만, 한국 온라인서점 사이트에 들어가 이런저런 책의 표지와 줄거리, 목차를 보며 장바구니에 담는 일은 행복지수가 1부터 10까지 라면 무조건 10이다.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지난 7월 말에 주문한 책은 배편으로 바다 건너 케냐를 거쳐 우간다로 9월 말 즈음 들어올 예정이다. 확실히 받을 거라는 답이 정해진 두 달 정도의 기다림은 2박 3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행복의 요소이기도 하다.

덧. 오늘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나를 위한 꽃 한 단을 샀다. 꽃병에 담긴 노란 카네이션의 기운도 좋고, 조만간 활짝 필 것을 기대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여기에 금방 볶아 내린 커피와 쿠키 두 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이렇듯 나는 집안 곳곳에 나를 위해 숨겨놓은, 나를 사랑하는 요소들을 마련해 두고 살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타지에서 버티고 살기 위해 선택한 일이기도 하고. 행복을 끌어올려주는 이런 다양한 것들이 결국에는 나의 자존감을 만들고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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