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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Sep 06. 2023

이별

우리가 사는 컴파운드에는 성견 두 마리에 아직 1년이 안 된 강아지들까지, 모두 네 마리의 개가 산다. 지난 6월, 성견들 사이에서 12마리의 강아지들이 태어났고, 그 가운데 두 마리는 질식사로 먼저 세상을 떠나게 돼 10마리를 보살피게 됐다. 총 열네 마리였기에 컴파운드에 사는 사람이라면 ‘밥 먹이기’와 ‘건강 살피기’라는 공동의 주 업무가, 두 아이들에게는 목마르지 않도록 물그릇에 물을 채워놓거나 배변 치우기, 안고 재우기 등의 보조 업무가 떨어졌다.


아침만 되면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새끼 강아지들에게 달려갔고, “누런 녀석이 눈을 떴어. 발가락까지 까만 애 있잖아. ‘연탄’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연탄이가 하품을 했어. 가장 마른 애 이름은 ‘바비’야. 바비 인형이 날씬하잖아. 그래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어. 그리고 쟤는 잘 먹고 잘 자. 엄마 젖이 부족해서 새끼들이 우유를 먹었어.” 등등 아이들을 통해 필요 이상의 강아지들의 일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새끼 강아지들과 함께 아이들의 두 달 하고도 보름이라는 긴 방학 기간이 흘러갔다.


사실 아이들 학교와 거리가 먼- 지금의 이곳으로 이사할 때 한 고려라면, 한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다. 감사하게도 친구라는 빈자리를 강아지들이 채워주었고, 다시금 아이들이 이곳에서 적응하는데 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강아지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갈수록 아이들 또한 살피고 아끼는 마음이 조금씩 자랐던 것이 맞기에 우리 부부에게도 더없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10마리 강아지를 계속해서 기르기에는 사료 값부터 부담이었기에 분양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찾아온 강아지들과의 헤어짐은 아이들 인생에 있어 첫 이별이었는데, 특히 딸내미는 강아지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데다, 그 가운데 가장 아꼈던 ‘순이’와의 이별 때문에 한참을 내 품에 안겨 울어야 했다.


어른인 나도 타지에 살며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부분이 ‘이웃과의 이별’이었다. 헤어지는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는지 늘 힘들었다.


아이들에게 바라기는 이별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기를, 그리고 좋은 주인에게 갔으니 좋은 이별임을 알게 되기를, 앞으로 살며 겪게 될 이별에 겁먹지 않기를… 어쩌면 이 바람은 나에게도 해주고픈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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