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 5시 30분 어김없이 나의 아침을 깨우는 소리가 머리맡에서 울린다. 사실 7시에 일어나도 출근 준비를 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되지 않지만, 빠듯하게 움직이는 아침을 더 마주하고 싶지 않았고, 깊은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약 6개월 동안 5시 30에 일어나기를 시도하고 있다. (나중에는 점차 당겨서 4시에 일어나는 걸 목표로 해야지.)그럼으로써 출근 전 마주하는 1시간 30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며 아침과 대면 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피곤하면 더 자~‘ 라는 가끔 의지를 무너뜨리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면, 게으름 악마를 물리치기 위한, 나만의 마법의 주문을 외친다.
’그래…. 지금 헬스 가기에 늦은 건 아니야. 일단 옷 입고 바로 가서 걷기 10분이라도 하고 오자.‘
그렇게 나는 ’단 10분만’이라는 나만의 마법 주문을 매일 새벽 외친다. 무거운 몸에 운동복을 입히고, 운동화를 질끈 맸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문을 박차고 길을 나섰다.
새벽에 밖을 나오면 마주하는 기분 좋은 3가지가 있다. 하나는 차가우면서도 상쾌해진 공기. 저 멀리 산 능선 위로 또 오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태양. 그리고 눈을 맑게 해주는 주변의 푸른 산들. 이 3가지를 마주하며, 헬스장으로 향한다.
도착한 헬스장. 트레드밀 위에서 걷고 있는 할아버지. 앉아서 무릎을 폈다 접었다 하며 하체를 단련시키는 아주머니, 양팔로 높은 손잡이를 부여잡고, 몸 전체를 위아래로 반복하며 등을 단련시키는 남자 청년. 데드리프트 하는 아저씨 등등. 아침 일찍 헬스장을 방문했음에도 이렇게 ‘건강한 하루’라는 아침 첫 단추를 꿰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 공간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첫 단추를 잘 꿰매러 트레드밀에 올라섰다.
명상 영상을 틀고는 움직임 명상을 천천히 해본다. 명상을 하고나니 10분만 트레드밀에서 걷다가 가기로 했지만, 이내 곧 욕심이 생긴다. 등 운동을 조금만 하고 가볼까? 굽어진 등을 자꾸 펴는데 좋을 거야. 어시스트 풀업머신으로 등 운동을 5개씩 6세트 빠르게 가능할 수 있을 거야. 계단을 오를 때, 힘겨워하니까 허벅지 근육도 단련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 허벅지 앞쪽 운동을 10개 3세트만 해보자. 등등 그렇게 10분만 걸으러 가자는 아침 기상 마법의 주문과는 달리, 이렇게 나의 또 다른 자아와 갈등하게 된다.
복근운동을 위해 누워있던 벤치가 가득 젖어있다. 등운동을 하기 위해서 열심히 봉을 잡았던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커져있었다. 이마,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땀이 가득하다. 힘든 회사 생활에서부터 시작된 우울.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커져가며 베란다 넘어 뛰어 내리고 싶은 상상들. 그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에 우울증 약을 처방 받던 지난 날의 과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아침부터 눈이 아니라, 땀구멍에서 나오는 물을 마주한다는 건 참으로 감사하고, 기분 좋은 상태가 되었다.
‘음~ 하…’
정수기의 미지근한 물을 두 모금 마시고는 헬스장 문을 박차고 집으로 향한다. 다시 마주하는 새벽 7시 공기는 6시에 마주하는 공기와는 또 다르게 시원하다. 가슴 속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시원함 말이다.
매일 하는 새벽 운동. 이 시간 동안 만큼은 내 존재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존재만으로도 행복감과 건강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무엇보다도 단 10분, 30분일지라도, 이른 시간 운동을 하고 나면, 큰일을 아침부터 끝낸 성취감과 자존감이 한층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느낌이 너무나도 강력하다. 헤어나올 수 없는 마약을 복용한 것만 같다.
오늘도 나는 행복감. 성취감. 자존감을 높여주는 중독성 강한 마약을 복용하러, 운동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