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이력서를 쓰고, 접수를 하는 과정들은 정말 막막했다. 새로운 세계로 가기 위해 첫 관문인 이직부터 막막했다. 세상살이 참 쉽지 않다. 낮 시간 동안 직장에서의 온갖 수난을 겪고, 참아내서 살아낸 몸을 힘겹게 이끌고, 터벅터벅 집으로 들어와 씻지도 않고, 바로 노트북 앞에 앉아본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열심히 이력서 지원 버튼을 눌러댔다. 누르고 난 뒤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막연한 시간이었다. 언제 면접을 볼지. 언제 다른 곳에서 일을 시작할지... 신도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7개월쯤 지났을까. 드디어 1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는 퇴사 후 바로 입사할 수 있었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사람, 새로운 시간.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어둠 속에서 다양한 색깔의 빛들이 따스하게 온몸을 감싸주는 느낌이 좋았다. 점점 굽어진 어깨와 등은 당당하게 펴졌고, 발걸음의 보폭도 커지고, 빨라졌다.
이전의 어두웠던 이미지를 탈피하고, 활기차고 긍정마인드를 장착한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리곤 그렇게 된 것 마냥 행동하기 시작했다. 막상 내가 되고 싶은 대로 행동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어색할지라도 나중에는 별 것이 아니게 됨을 느꼈다.
이렇게 나는 인생의 번데기 한 겹을 탈출했다. 그리고는 다른 단단한 껍질들을 마주했다. 하지만 이전에 가진 감정과는 확연하게 느껴졌다. 이전 껍질보다 두꺼울지라도 빨리 깨뜨리며, 더욱 성장할 미래의 내가 보인다.
'그까짓 거 별거 아니네~'
지금은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한, 여러 가지 도전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로시카처럼 인형을 벗기면, 또 인형이 보이듯, 계속해서 헤쳐나가야 할 것들이 있다. 인생은 이 무한 반복의 굴레를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헤쳐나가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그까짓 거 해보지 뭐 라는 마인드로 나아가려 다짐해 본다.
'그까짓 거'라는 네 글자의 힘으로 나만의 도전 번데기 주머니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세계를 벗어나기 위한, 여러 가지 온갖 노력들을 해내고 있다. 그리고 성장해 있을 나 자신을 생각하면서 도전에 임한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속 깊이, 심장에서부터 간질간질거리도 하고, 몽글몽글 거리기도하는 그 느낌은 미세하게나마 사라지지 않고 계속 느껴지고 있다.
'그까짓 거, 아파서 수술했어도. 나는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어낼 수 있어~~!'
수술을 4~5번 정도 하니, 이제는 건강이 최고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요즘은 매일 수영, 헬스, 요가, 플라잉요가, 발레로 요일별로 번갈아가며 꾸준히 하고 있다.
'그까짓 거, 책 나도 읽어보지 뭐.'
또한 한 달에 한 권도 안 읽던 나였지만,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보려 노력하는 내가 되었다. 책을 가까이 접하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진 것의 영향이 컸다. 언어영역 6등급이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독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또한 글도 쓰다가 말다가 흐지부지했던 나였지만, 쓰다 보면 더욱 실력이 늘 것이라는 마음으로 66일 별별챌린지. 글쓰기 챌린지에 도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번데기 안에 번데기를 만들며, 다양하게 성장할 번데기들을 내 안에 만들어가고 있다. 마치 네 쌍둥이들을 품고 있듯. 누구보다도 신나게 즐겁고, 활기차게 말이다. :) 나중에 그 성장껍질을 탈출하게 되면, 더욱더 성장한 날개를 펼쳐서 날아갈 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