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 :용산 우리들꼬치
꼬치에 꽂아둔 양고기와 갈빗대에 붙은 羊(양)은 분명히 다르다. 레고 블록처럼 각지게 잘라 옹기종기, 촘촘하게 붙어 올라간 것과 투박하게 쓰다듬은 다음 마법을 부리듯 기교를 섞어 발라 올린 모양새도 어쩌면 아주 많이, 조금보다는 무척 달리 느껴진다. 광장시장에 마약김밥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 국가가 허락했지만 중독성을 가진, 돌고 돌아 메뉴를 고를 땐 이곳을 떠올린다. 특히 비 오는 날이나 우중충한 기분엔 더 그렇다.
입지에 좋은 위치는 아니다. 걷기에 두려워 때론 돌아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서 주저하지 않을까 염려하지만 발걸음은 이미 지하차도를 순식간에 주파한다. 수고스러움은 앞으로 느낄 희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기대는 커지고 덩달아 허기의 크기는 일정하게 자리 잡는다. 오늘은 어떤 메뉴를 고를까. 화려하게 성장하고 있고, 몰라볼 만큼 성숙해진 용산과 신용산의 거리 ‘용리단길’을 등지고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삼각지를 마다하고 마포와 효창공원에 닿아있는 산천동과 인근의 용문동으로 향한다. 으슥하지만은 않은 회색의 지하도를 바지런히 벗어나고 나면 익숙하고 정겨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서울 안에 기계도시가 남아있다면 바로 龍山(용산)이다. 건담이 서있지 않은 도쿄의 아키하바라이자, 용의 기운이 서린 전자상가들과 자동차 수리 상가, 음반과 음향기기를 다루는 작은 상가들이 모였다. 지금도 크고 작은 부품이 사람의 손에서 카트로 움직이고 있고 들어 올리는 쇠질과는 다르게 조립되고 분해되어 부딪히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훤칠하게 내다보이는 드래곤시티의 웅장함에도 기세에 눌리지 않고 낡아가며 길게 늘어선 상가들이 성의 외벽처럼 단단하게 늘어서 있다.
천문대가 보인다. 고지가 눈앞이다. 이제 내리막만 견디면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투박한 네이버 정보에 닫혀있진 않을까를 노심초사하다 전화를 미리 넣는다. 특별한 일로 메모가 붙어 있진 않을까 했던 어설픈 상상에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그대로 발길을 돌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켜진지 꺼졌는지 모르게 돌아가는 가게 안으로 고개를 빼꼼 들여다보면 주방 안쪽에 묵묵히 꼬치를 끼우고 계신 사장님의 손이 눈에 들어온다.
맛보다 먼저는 火力(화력)이다. 맛의 내공이 울려 퍼지게 만드는 內力(내력)이라면 기다리는 동안 정중하게 놓인 불 앞에 超然(초연)하다. 오랜만에 나누는 짧은 인사는 언제나처럼 수줍고 반갑다. 혹여나 잊진 않았을까. 속절없는 시간 앞에 잊힌 건 아닐까 하는 아련하지만 걱정 섞인 알 수 없는 기대가 이곳에 들르는 재미 중에 하나다. 들어갈 땐 사장님에서 취기가 오르는 중엔 이모가 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또 오겠다는 정겨운 인사를 나눌 때면 으레 이모였다. 기억하는지 그렇지 않은 지가 중요하지 않아 졌고 이곳의 단골이 되었다. 내적 친밀감은 숨기고 싶을 만큼 커졌다. 주변 사람들을 데려가기 시작했고, 제법 안고 싶은 자리에 앉아 편안함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잊을 수 없는 처음의 기억이 중간중간마다 시간 속의 ‘나’로 대체되었다.
좋아하는 형제를 따라 그곳에 처음 닿았다. 본격적이기에 앞서 나오는 찬에 원래 알던 하얼빈을 한 잔에서 아쉬움에 두세 잔을 더 마셨다. 갈증은 즉시 해소됐다. 기분 좋은 순간이다. 기다리기에 앞서 잔잔한 열을 빼는 것인지 들여놓는 것인지 모를 얌전한 初演(초연). 꼬치에 ‘양’도 좋았지만 갈빗대의 고기까지, 어느 날엔 투박하지만 결코 무심하지 않은 맛을 내는 요리를 부족함 없이 먹었다.
그 자리엔 막연한 응원도 있었다. 어디서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사회 초년생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만큼 북돋았다. 단단한 힘이 분명하게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의 기억이 결코 희석되지 못할 거라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 연신 맥주를 마시다가도 차가운 소주, 그에 밀리지 않는 온도를 가진 고량주를 멈추기 어려운 메뉴들과 곁들여 축제 같은 회식을 가졌다. 잠시 오갈 때 없던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가기로 결정되었던 그날까지 거둬졌고 심심치 않게 떠밀렸다. 그때 그 자리와 가게에 대한 고마움은 진한 향수로 남았다.
종종, 이곳에 들른다. 스스로에게 예고 없이 일부러 시간을 내, 문을 밀고 들어선다. 마지막엔 그간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잘 지내시죠? 혹시…” “그럼요. 기억하죠 우리 가게 단골인데” 오늘도 무심결에 내어주신 만두를 잡기 어려운 생강과 함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시간을 보내고 도망치듯 가게를 나온다.
EDITOR
:HERM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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