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라는 것이 폭발한다

*군만두 :연희동 오향만두

by HERMITAGE


가능한 편안한 상태로 주말을 붙잡고 싶었다. 비가 쏟아지지는 않아서 그런대로 자전거는 탈만 했고 아직 꺾이기를 바라기엔 조금 일러 보이는 여름을 피해 한껏 달아나 보려 애썼다. 머물만한 실내를 찾아다녔고 때때로 영감을 얻어내기도 했다. 구옥을 개조했거나 증축한 곳이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곳이었다.


더위를 식히고 익어가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작은 허기는 귀여웠지만 원하는 바를 들려주진 않았다. 딱히 구체적이지도 무겁지 않을 만큼만 속내를 넌지시 드러냈다. 때는 여전히 해가 길었고 보너스처럼 느껴지는 한낮의 바이브를 최대한 늘어트리고 있는 중이었다. 건물 사이로 드리워진 그림자는 침착했고 말이 없었다. 참을 수 없는 갈증에 생과일주스 몇 번으로 수분을 보충했다. 그건 단지 한 잔의 음료수라기보다 에너지를 공급하는 연료 같았다. 반복될수록 신기하게도 기운이 났다. 순환은 더욱 빨라졌고 그만큼 더 가벼워졌다.


귀엽기만 하던 녀석은 더 이상 아니었다. 하루 종일 수분을 교차한 결과일까. 무던해지기 시작한 갈증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고 보나 마나 간단하지만 가볍지 않은 것을 떠올릴게 분명했다. 점심보다는 무겁게 하지만 섭섭하지 않을 만큼 무게를 잡아주길 기대했다. 도전적이기에 충분할 만큼 에너지는 차올랐고 덕분에 끌어 오른 건 거대해진 허기였다. 선택지는 다양해서 정착은 어려웠다. 이동의 수고를 불사하기를 몇 번, 맴도는 동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감이 오질 않았다. 적당한 무게, 그것만으로는 추상적이었다.


중천에 떠있던 해가 무르익어가는 무게를 혼자 감당하기 버거워지는 시간까지 충분히 내달렸다. 머물던 공간이 하나 둘 늘어나 친근해져 가는 골목을 파헤치는 모험을 꾸준히 경험한다. 도시 안의 여행, 도심 속의 휴양지로 한적함을 선택했다. 차는 종종 들이닥치지만 인적은 드물고 그럼에도 무심결에 지나칠만하면 번화한 가게들을 몇 차례 마주친다. 그들은 종종 말을 걸어오거나 은근히 유혹하기도 하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번 아쉬움을 되돌아가 채울 것인지, 언제라도 익숙해지고 싶은 이 길을 벗어나 전혀 다른 한적함의 세계로 향할지를 명확히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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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의 아쉬움이란 분명히 가기로 했던 곳이었다. 급하지 않게 걸었고 버거울만한 날씨도 아니었다. 다른 계절이 될 만큼 시간은 흘렀지만 또렷이 남았다.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사고가 있어 방문이 어렵다는 쪽지가 있었다. 애석해진 발길을 돌렸다. 오늘 같은 날이 적당한 타이밍으로 기억 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와 벼르던 것마저 잊고 있었던 순간들을 모았다. 가게는 이미 만석이었고 한두 팀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입구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예상대로 한적하고 나른 한 시간에 제법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여유로워 보였고 기다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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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기 전부터, 실은 거리와 골목을 오가던 몇 번의 그림 같은 장면에서도 그런 작은 확신이 들었다. 작아보지만 가장 크고, 육중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소박한 이름의 메뉴가 주는 온전하고도 완전한 만족감은 섣불리 지나칠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라는 사실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고 방대하다 할 만큼의 규모 있는 공간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잘 어울리고 말리라는 기대가 다져 놓은 확신. 나라나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와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시 한번 이국적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신뢰 섞인 기대감으로 기약 없는 짧은 기다림을 견뎠다. 달래야 할 허기는 성을 내기 시작했고 위치를 저장해 두었던 곳에 조만간 입장하리라는 벅찬 마음을 경험이 임박했다는 사실로 상황을 무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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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다가설수록, 가벼운 바람이 주변을 맴돌며 가져온 바스락하게 튀겨진 겉과 속이 다를 만두 옷을 건져내고 털어낸 기름 냄새로 코끝은 자극을 받고 있었고 불로 볶아내거나 열기를 순간적으로 접시 위에서부터 깊은 안쪽까지 가둬 놓은 음식은 저마다의 향을 페로몬처럼 뿜어대고 있었다. 동물적인 감각이 최고조의 이르는 역동적인 시간이 왔다. 가볍게 반주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찬 내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기분은 한결 가벼워졌고 다음 차례로 거리는 좁혀졌다. 이제 식사가 가능한 순간에 다다랐다. 침착하기 어렵다. 몇 번의 강렬한 열기가 입천장을 스쳤고 풍미는 동시에 폭발하면서 비교적 차갑게 식은 갈증은 이내 전부 사라졌다. 순식간에 기분 좋은 발걸음은 가장 편안한 상태의 주말을 만들어 붙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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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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