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갈비 :등촌동 태양수제돼지갈비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숯불을 보면 입에 넣을 수 없는 과일 같다. 각져있는 것도 있지만 제법 둥근 것도 있는데 그것들을 마주할 때면 한 번쯤 손을 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얼마나 뜨거운지, 얼굴이 아니라 고기를 뒤집는 스테인리스 집게를 든 손이 연기를 빨아올리기로 한 갈대처럼 흔들리는 흡입구 주변으로 가기 만해도 익어버릴 것 같은 화력을 가진 녀석과는 바로 멀어져야만 하는 애증의 관계다. 오히려 지나칠수록 좋았고, 부족하면 되려 아쉬웠다. 숯불이 그렇게 익어가는 동안 안쪽으로 난 골목을 제대로 들여다본 일이 없다. 어디선가 달달한 소스가 그을리며 불 쪽으로 떨어지기를, 촛농이나 가을비처럼 한바탕 내리면 치-이하는 소리와 함께 타들어가는 그을린 냄새를 사방으로 풍기고 있는대도 말이다. 안쪽에서 붉게 타오르던 그 냄새를 끼고 산책을 할 때 문득, 정류장 쪽으로 향하던 길에서 배가 고파지거나 자극을 받았던 건 모두 지금도 붉게 타오르고 있던 숯불 탓이었다.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그 거리를 서성였고, 어쨌거나 그렇게 붐비는 것처럼 보이는 길은 어쩌면 막다른 길로 보이기에 제대로 들어가 본 적 없었다. 주변을 오래 지나다닌 것치고는 꽤 낯선 풍경이었다. 앞으로는 작게 나눠져 있는 좁은 문의 다른 가게에서 나와 허공을 상대로 마시는 과자를 뿜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훈연을 입은 불 같은 공기의 냄새는 가려지지 않고 거리 밖을 활보했다.
가까이 가지 않던 날들 중에 어느 날이었다. 골목 곳곳을 쏘다니다 냄새의 정체를 알아차렸고 양념된 고기 냄새의 출처와 위치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실은 멈출 줄 모르던 검색에 얻어걸리듯 스쳐 지나간 이름이었는데 담백하고 솔직한 후기에 입맛이 당겼다. 한동안 신뢰할 만한 파격적인 자극을 근처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어 혼란스러웠던 당시였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무던함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도 생각했지만 가미되지 않은 순수함을 더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적지 않게 파격적인 시도였다. 고르고 벼르고, 마감시간에 쫓겨 막차를 타기 위해 뛰는 사람이 되더라도 방문하겠다는 의지는 좀처럼은 없던 낯선 풍경이었다.
한밤중에 늦은 저녁은 성공적이었다. 높은 회전율은 전투적인 응대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착, 착 움직이기 시작한 자동화 시스템 같은 테이블 위는 가득 채워졌고 초벌을 하는 위치에서는 불이 나게 화력을 가하고 있었다. 달달하게 느껴지던 공기 중의 자극의 원천이 눈앞에 펼쳐졌고 극도로 차오르는 허기에 조금씩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목마른 갈증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황색 병의 맥주를 주문해 두어 잔 들이켠다. 익어가는 냄새와 소리가 동시에 빗발치기 시작하면 찬으로 나온 접시를 한바탕 둘러본 뒤 두 종류의 김치가 눈에 들어와 입가의 미소가 번진다.
갓김치는 한국인에 밥상에 매일 오르는 배추김치라는 익숙한 이름에 속아 소중함이 해이해져 갈 때, 정신 차리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이며, 다시 그 익숙하던 벌건 맛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이었는지를 깨닫는 도화선이 된다. 갓김치의 풍미가 폭발하면 한동안은 정신없이 매료되고야 말겠지만 입에 익기 시작하면 어느새 다시 배추를 찾아 돌아가게 만드는 이를테면 일탈이고 적당 선에서의 환기다. 두 가지 장치가 모두 구비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치밀함이 엿보인다. 거기에 꽤 시간이 녹아들어 있는 비주얼은 테이블 밖에서 익어가는 고기보다 먼저 익어가는 숯불 위에 초벌 된 주인공이 오르기도 전에 설렘은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찬의 맛을 보면 그곳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랬다. 이제 그렇게까지 맹신하는 규칙은 아니지만 김치에서 승부를 마칠 때쯤이면 구름처럼 피어올라 노랗게 흔들리는 계란찜이 중심의 불판 한쪽으로 자리 잡고, 늦지 않게 양념이 깊게 베인 고기가 구멍이 숭숭 뚫린 불판 위에 쓰러지듯 오른다. 떨어지는 기름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숯을 더욱더 자극하고 타오르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식사는 무한해진다. 길게 잘라놓아 긴 접시에 나오는 배추와 갓김치는 깊게 베인 양념 돼지갈비를 싸 먹는 용도였고 어느 누구도, 어떤 벽에도 그런 설명은 쓰여있지 않지만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한국의 맛이자 가장 한국적인 소울을 자극하는 ‘단짠’의 완성을, 강렬하게 익어가는 벌건 숯불 위에서 가장 콤팩트하게 치러낼 수 있는 뜨거운 테이블이 만들어내는 맛있는 냄새를 골목에서 거리까지 풍겨내고 있는 중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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