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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령 Mar 08. 2017

'정말 좋아해'

어떤 말로도 부족한 그 말


 거울을 보고 연습한다. '좋아해' 어색한가? 표현이 조금 이상한가? 표정이 별론가? 그럼 이번엔 조금 바꿔서 말해보자 '정말 좋아해' 이것도 이상한가? 거울 속에 빛친 모습을 보고서는 결국 한숨을 내쉰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어떤 말을 해야 그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럴싸한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보편적인 말로 해야 할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흔히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런 증상들이 발생한다.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심지어 책에서도 '고백'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속앓이를 한다. 제삼자 입장에서는 그저 '좋아해'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하지만 당사자는 입장은 그렇지 못하다. 너무 가벼워 보일까 봐 혹은 실망할까 봐 이 밖에도 이유는 다양하다.



 한 친구랑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다 보면 맨 정신으로 하지 못하는 말들을 가끔씩 하는 친구들이 있다. 이 친구가 바로 그런 친구였다. 취기가 조금 오르자 자신의 속사정을 풀기 시작했다.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런데 어떻게 고백해야 할지 모르겠어 단순하게 말하면 너무 없어 보일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멋 들린 단어로만 말한다면 진심이 없어 보일 것 같아. 아루미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와 나 어떡하지?'

 그 말을 하고서는 테이블 위에 놓인 술잔을 비우는 친구였다. 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난 전문 연애상담가도 아닐뿐더러 연애 경험도 그다지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조언을 받고 싶은 친구이기에 어떤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 날 늦은 새벽까지 친구의 고민만 들었을 뿐 어떤 조언도 그 친구에게 해주지 못했다.


 

 며칠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그 친구의 고민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빠지면 어땠을까? 생각할수록 복잡했다. 친구의 말대로 단순하게 '너 좋아해' 이 말을 하면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나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한다면 너무 정석대로 말하는 것 같아서 여자가 부담스럽거나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 칼럼니스트 곽정은, 연애소설 작가 임경선 씨는 책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할 때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표현해라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이 말은 즉시 '좋아해' '정말 좋아해' 단순한 말이지만 진심이 들어가 있다면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말이다. 우리는 속된 말로 차일까 봐 그게 단어가 무서워서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존재하는 말 중에서 가벼운 말은 없다. 가볍다고 느껴지는 것은 말하는 이가 진심이 부족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해' '정말 좋아해' 말을 하고도 상대방에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고 포기할 필요도 없다. 그냥 이 사람이 내 인연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으로 무덤덤하게 넘어가면 그만이다. 잠깐 일시적으로 힘들 뿐이다. 난 자신의 말을 다하는 사람이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표현을 했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타이밍을 잡다가 흐지부지 해지는 경우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우리 혼자 속앓이 하지 말고 그냥 자신 있게 진심을 다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표현하자 '정말 좋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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