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은 무섭지만 아침에 나왔다. 다행히 모자만으로도 충분히 볕을 가릴 수 있었고,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어주어 덥다는 느낌은 없었다. 엊그제부터 배가 더부룩하다. 많이 먹어서 할 말은 없지만... 어제 6시 전에 저녁을 먹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아침까지 배가 빵빵. 가스가 차서 뱃가죽을 밖으로 밖으로 밀어내는 기분이다.
이 복부 팽만감을 날려버리기 위해 걸었다. 아침에 걸으면 어김없이 장에 신호가 오고, 그럼 부풀었던 배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은 지난번에 다운로드하여 놓고 이어폰 배터리가 없어서 못 들었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들었다. '떼껄룩(Take a Look)'이란 유튜버가 올린 음악 선곡들이 정말 좋다. 그중에 하나를 재생하여 걷기 시작했는데 한 순간에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데 나 혼자서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그들 사이사이를 비집고 걸어 나가는 기분을 만끽했다.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비트의 음악이 나오면 나도 몰래 손가락과 머리로 비트를 쪼개며 음악을 느꼈다. 나는 음악이 나오면 박자를 안 맞추고는 못 베기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치인 것이 천추의 한이다.
1바퀴... 2 바퀴... 서서히 장에서 신호가 온다. 지금쯤 화장실에 한번 들릴까 했는데 아차차 화장실 청소 시간과 겹친다. 맨날 이 시간쯤 화장실을 청소하시는데... 문제는 청소하시는 분이 남자라는 것. 왠지 께름칙하고 민망해서 이럴 때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오케이, 한 바퀴 더!
세 바퀴를 돌고 진짜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아저씨께서 아직도 여자 화장실 입구 쪽에서 쓰레기를 나르며 분리수거를 하신다. 오... 오케이 마지막 한 바퀴에 운명을 걸자.
네 바퀴를 돌 때가 돼서야 아저씨가 마무리하시고 떠나시는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기다린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음... 흠... 생각만큼 몸이 가벼워지진 않았다. 그래도 팽팽하게 당기던 것이 좀 줄었고 살짝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이럴 땐 배가 싹 비워질 때까지 단식을 하면 좋은데 요새 먹성이 좋아져서 한 끼 굶는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네 바퀴를 깔끔히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똥배 뿌시기 운동은 좀 망한 것 같다. 요 며칠 복부 자극이 제대로 오는 운동 영상을 보고 따라 했더니(너무 힘들어서 반 밖에 따라 하지 못했는데!) 복부 근육통이 생겼다. 코어 근육이 뭉쳤는지 배를 조금만 흔들어도 안쪽 장기들이 출렁(?) 거리면서 복근을 찢는 느낌이 든다.
정확히 뱃살 빼기 운동은 아니지만 오늘은 복근 스트레칭에 주력하기로 결심했다. 요가에서 흔히 고양이 자세라고 하는 것과 코브라 자세라는 것을 할 때마다 오만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눈물을 찔끔 흘려도 근육이 풀리는 느낌이 좋았다.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깨닫고 강조했으면서 또 이런 실수를 반복하다니! 운동한 부위에 맞는 스트레칭을 꼭꼭꼭 해주어야 한다.
허리둘레: 90.8cm (첫날 대비 2.4cm 증가... 마이 복부 개스.... 언제 빠질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