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처로운 삽질은 계속되었다.
볼품없던 삽질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름의 리듬이 생겼다. 신기하게도 삽질이 즐겁고 익숙해지니,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식까지 바뀌었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사람에서, 해도 해도 또 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하도 하다 보니 결국 뭔가를 해내는 사람이 되어갔다.
무수한 헛스윙 끝에 처음으로 ‘탁’ 걸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건 2019년 초였다.
그 당시 나는 공간 사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처음에는 파티룸을 운영해보고 싶어서 틈만 나면 매물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파티룸은 소음 문제 때문에 임대인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파티룸, 셰어하우스, 에어비앤비 양도글을 닥치는 대로 클릭하며 정보를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버 부동산 카페에서 홍대 에어비앤비 양도 매물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고, 양도비도 저렴했다. 나는 바로 연락을 취했고, 남편과 함께 매물을 보러 갔다.
지도를 따라 도착한 그곳은 예상치 못한 풍경으로 우리를 맞았다. 끝을 알 수 없는 경사와 골목길. 한 걸음 오를 때마다 남편과 눈이 마주쳤고,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여긴 더 볼 것도 없어. 누가 여행 와서 이 언덕을 오르겠어?’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우리는 계약을 했다.
왜였을까. 아마도 언덕의 효과였을지도 모른다. 숨을 헐떡이며 집 문을 열자, 쾌적하고 넓게 트인 집 구조가 주는 반전 매력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홍대 시세를 생각하면, 이 정도 조건의 집이 그 가격에 나온 건 역시 언덕 덕분이었다.
양도인은 우리 또래였고, 이미 공간 사업을 여러 개 운영 중이었다. 그는 매출 내역까지 보여주며, 언덕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평도 좋고 예약도 꾸준히 잘 들어온다고 말했다.
망설이던 남편을 설득하며 말했다.
“망하면… 수업료라 생각하자.”
그렇게 우리는 삽질 풀스윙을 날렸다.
놀랍게도, 양도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매물을 조금 더 아늑하게 꾸미고, 에어비앤비 등록 절차를 마친 첫날부터 예약이 바로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또, 또, 또.
첫 달은 예약률이 약 70%, 그다음 달은 80%. 연말이 다가오자 드디어 풀부킹까지 이어졌다.
물론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순수익은 월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였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들러 청소하고, 홍대 맛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거나 흑당 버블티를 마시며 쉬다 학원 아르바이트로 향했다.
노동 강도와 빈도를 생각하면 꽤 만족스러웠다.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제 N개를 운영하면 수익이 곱절로 늘어나겠구나.’
에어비앤비 수입과 영어학원 알바 수입을 합치니, 난생처음으로 내 월수입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경험을 했다.
나는 이번 생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남편이 대기업 다니던 시절 첫 월급만큼은 절대 못 벌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천장을 한 번 뚫어보니, 희망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되겠는데?
그때까지도 나는 여전히 블로그를 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실상 쓰리잡을 뛰고 있었던 셈이었다.
신혼집 인테리어로 시작한 블로그였지만, 점점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소재는 금방 고갈되었고, 네이버 리빙판에 간택되는 건 내 통제 밖의 일이었다.
사람들이 블로그로 돈을 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지만, 애드포스트 광고 수익과 협찬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했지만, 수익화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블로그에도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구나.
하루는 블로그 글을 쓰고 있는데, 남편이 다가와 물었다.
“맨날 뭘 그렇게 열심히 써?”
나는 요즘 블로그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등급, 검색 유입, 이웃 수, 일평균 방문자, 수익화 사례 등 귀동냥으로 모은 정보들을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그러자 남편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여보, 나한테 딱 하루만 시간 줘볼래?”
남편의 눈빛은 평소와 달랐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은 눈빛이었다.
그날 밤, 남편은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한참을 뭔가 했다. 나는 ‘시험공부하기 싫어서 별꼼수를 다 쓰는군…’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남편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거기엔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주르륵 적혀 있었다.
박세리 블루베리 테이블, 와드 뜻, 시고르자브종, MBTI 유형별 성격, 맛터사이클, 잼민이…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찼다. 남편은 내 표정을 즐기는 듯 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중 하나 골라서 그걸 주제로 블로그 글을 써봐.”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나는 눈을 의심했다.
일일 방문자 7,500명.
평소 100~200명 수준이었던 블로그에 갑자기 7,500명이 몰린 것이다. 남편이 준 리스트 중 첫 번째 키워드로 글을 썼을 뿐인데.
남편은 의기양양하게 블로그 알고리즘을 설명했다. 단 몇 시간 만에 파악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양말은 아무 데나 벗어두고, 설거지를 하면 컵 하나쯤 꼭 빼먹는 그 허술한 인간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맞단 말인가.
나는 오랜만에 남편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