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을 열어 밖을 보았다. 우리 집은 동향이라 원래 아침 시간에 거실까지 밝은 빛이 쏟아진다. 하지만 어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맞아떨어진 듯 거실이 어두웠다. 창 밖으로 축축하게 젖은 나무와 주차장의 아스팔트 바닥이 보였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빗줄기가 보이지 않고 한 두 방울 떨어지는 정도였다.
후드티에 윈드브레이커를 걸치고 모자를 썼다. 이 정도면 적당히 빗방울이 떨어져도 끄떡없을 것이다. 신발은 고민하다가 밑창이 조금 더 두꺼운 것을 골라 신었다. 평소에 신던 운동화는 통기성이 좋다 보니 비가 올 땐 최악이다. 러닝화를 새로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 걷기는 나와 뗄 수 없는 일상이 될 테니까.
비가 쏟아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늘은 자전거를 두고 공원까지 걸어갔다. 공원까지 약 15분이 걸리는데, 15분이면 공원을 크게 한 바퀴 걷는 시간과 같다. 본격적인 걷기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한 바퀴를 걸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공원에서 반 바퀴도 채 안 걸었는데 장에서 신호가 왔다. 아침마다 너무 기다려지는 신호다.
2020. 04. 17 매일 걷기 4일짜
오늘도 역시 부동산 재테크 팟캐스트를 들었다. 최신화까지 아직 에피소드가 많이 남아서 부지런히 듣는 중이다. 오늘의 게스트는 최근 베스트셀러인 <내일의 부>의 저자 조던님이셨다. 그 책을 밀리의 서재에서 읽으려고 담아두긴 했는데 아직 시작도 못했다. 부동산 투자부터 시작해서 현재는 주식 투자로 좀 더 이름을 알린 분이다.
투자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와 자신의 견해를 말씀하셨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황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코로나 사태로 세계가 공황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었다.
조던님은 주가 지수가 하루에 3 퍼센트씩 떨어지는 날이 한 달 동안 4번 이상 발생하면 공황이라고 정의했다. 과거의 사례들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그리고 공황을 극복했다고 판단하는 시기는 주가 지수가 하루에 3 퍼센트 이상 빠지는 날이 두 달간 발생하지 않을 때라고 한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지금 이 시기는 공황이 맞다.
공황을 제때 진단할 수 있다면 자산을 지키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당분간은 관망하며 투자를 보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하셨다.
바보 같이 2월에 인수한 에어비앤비 매물 생각에 잠시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몇 개월 단기 계약자를 무사히 구해서 손해를 최소화시켰으니 더는 마음 쓰지 않고 편히 지내려고 한다.
앞으로 경제를 보는 큰 시야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그걸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없다 보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뉴스들이 모두 단편적이고 개별적인 사건처럼 인식된다. 돈의 흐름과 세상 모든 것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머릿속에 정리해서 넣어두고 싶다. 그러려면 정말 많이 읽고, 듣고, 생각해야겠지.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
비가 와서 촉촉하게 젖은 공원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하늘과 나뭇잎이 모두 습기를 머금어 어제와는 다른 채도와 명도를 띠었다. 착 가라앉은 느낌도 운치가 있었다. 평상시에 사진을 잘 찍지 않는데 공원을 걸을 때마다 담고 싶은 풍경이 많아서 종종 걸음을 멈추게 된다.
어제보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목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잘 여며야 했다. 올 겨울은 매일 마스크를 착용해서인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찬바람을 쐬며 오래 걸으면 또 모르는 일이니까 건강에 만전을 기한다.
그러고 보니 팔을 움직일 때 어깨가 어제보다는 한결 부드럽다. 여전히 미세하게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지만 오늘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정도였다. 걷기 운동을 하면 전신에 기름칠(?)이 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비가 올까봐 신은 신발 ㅠㅠ
제대로 된 운동화가 아니라 그런지 3바퀴째가 넘어가니 발목이 시큰했다. 집에 운동화도 하나밖에 없는 불쌍한 내 신세여. 작은 차이일 수도 있는데 몸은 참 정직하게 반응한다. 잠시 시큰한 발을 쉴 겸 근처 정자에 앉았다.
하루하루 늘어날수록 조금 더 걷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데 여기서 집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손목 밴드를 확인하니 벌써 7 천보를 넘게 걸었다. 아마도 집에서부터 걸어와서 그렇겠지. 어제보다 많이 걸었지만 딱 한 바퀴만 더 걷고 가기로 결심했다.
부지런히 마지막 한 바퀴를 채웠던 총 9,273 보를 걸었다. 내일은 만보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