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어서 와 이런글 처음이지
실행
신고
라이킷
24
댓글
6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거창 신부범
Nov 25. 2020
내 생애 최고의 선물, 이렇게 받았다
그 유쾌하고 상쾌한 이야기 ,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꺄~톡'
지난 11월 10일 오후, 업무로
한참 바쁜 조용한 사무실의 고요함을 깨뜨리는 이 소리는 바로 내
손 안의 작은 세상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환하게 불을 밝히며 떠오르는 액정화면을 보니
낯익은
조카의 이름이
유독 선명하게
보이기도 했다.
삼촌, 발 사이즈 몇이야?
와~'
구두
구두 사준다고
?
웅
고마워, 250
알겠어?
너무 무리하지 마~
웅
사실 그때까지 신고 있었던 내 구두는 구입한 지 몇 년이 된 줄도 모를 정도로 아주
오래된 신발이었다. 그날이
언젠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충
어림잡아
몇 년 전 , TV 홈쇼핑에서 구입한 것만은 확실히
기억되는
출. 퇴근용으로만 신어왔던 신발이었다.
아주 자랑스럽게
힘주어
말하지만
나는
그
구두를
출근시간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구둣솔과 구두약을 이용 '
반짝반짝'
광을
내어
신어
왔다. 마치
새로 산 자동차나 휴대폰을 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신어온 구두이기에 애착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애지중지' 공들여 신어온 구두인지는 몰라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가죽이
갈라져 있고 뒷줄 안감이 헤어저 있는 등 '
좀
낡고 오래된 구두구나?' 알 정도지, 먼발치에서
대충 봐서는 제법
광기가 나는 게
아직은 신을만한
구두로 보일 정도로 관리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나와 수년을 같이 한 신발, 겉은 멀쩡해 보이나 속은 병들어 있는 내 신발이여 이제 안녕~
하지만 결정적으로 구두
밑창을 보면
달아질 때로 달아
펑크가 나 고무판을 잘라
접착제로 덧된
흔적이 역력한 한마디로 말해 겉으로는 그럴듯하나 속에는 아무 실속도 없는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는 그래서 제 수명을 다한 구
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두
한 켤레를 꼭 장만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때마침 조카가
구두를 선물해 주겠다고 하니 '이게 자다가 웬 떡인가
싶어
염치 불고하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마라'라는 형식적인 문자 몇 마디를 던진 채 덥석 물고 말았다.
그렇게 지난주 토요일 저녁, 조카로부터 아주 멋진 구두를 선물로 건네받았다. 그것도
디자인과 색상이 어찌 그리 내 마음에 '쏙~' 들던지. 내 마음속에 들어가기라도 한 듯한 조카의 신들린 센스에 마음까지 흡족,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엎어진 삼촌 구두 밑창 상태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그래서 '삼촌에게 구두를 선물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조카에게서 들은 구두를 선물하게 된 계기를
알고 조카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지 않
을 수 없었다.
진정한 의미의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어야 받는 사람도 행복한 선물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만 보더라도 조카의 선물은 진심이 담긴 진정한 의미의 선물로 두고두고 기억될 내 생애 최고의 선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출근길, 나는 조카가 선물해 준 구두를 신고 찍은 인증사진과 함께 '조카야 어때~' '너무 고맙고, 나도 너에게
선물하나 해줄게'라는
문자를 카톡으로 전송했다. 그런데 돌아온 조카의 답장은 나를 다시 한번 감동을 먹게 만들었다.
'삼촌, 아주 멋있어~' 그런데
대가를 받으면 그건 선물이 아니래~
그래도 그렇지 삼촌이 조카의 선물만 받고 입 딱 씻을 수는 없지... 나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물을 줄 테니 잘 받아라, 내 마음속에서는 그렇게 이미 다짐하고 있었던 그날의 유쾌하고도 상쾌한 출근길이었다.
keyword
조카
구두
선물
거창 신부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쩨쩨하게,쿨하게의 경계선에서 갈팡질팡하는 남자
구독자
175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런 이유로 퇴사를 고민한다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