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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Nov 25. 2020

내 생애 최고의 선물, 이렇게 받았다

그 유쾌하고 상쾌한 이야기 ,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꺄~톡'


지난 11월 10일 오후, 업무로 한참 바쁜 조용한 사무실의 고요함을 깨뜨리는 이 소리는 바로  내 손 안의 작은 세상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환하게 불을 밝히며 떠오르는 액정화면을 보니 낯익은 조카의 이름이 유독 선명하게 보이기도 했다.


삼촌, 발 사이즈 몇이야?

와~'

구두

구두 사준다고?

고마워, 250

알겠어?

너무 무리하지 마~


사실 그때까지 신고 있었던 내 구두는 구입한 지 몇 년이 된 줄도 모를 정도로 아주 오래된 신발이었다. 그날이 언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충 어림잡아 몇 년 전 , TV 홈쇼핑에서 구입한 것만은 확실히 기억되는 출. 퇴근용으로만 신어왔던 신발이었다.


아주 자랑스럽게 힘주어 말하지만 나는 구두를 출근시간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구둣솔과 구두약을 이용 '반짝반짝' 광을 내어 신어 왔다. 마치 새로 산 자동차나 휴대폰을 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신어온 구두이기에 애착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애지중지' 공들여 신어온 구두인지는 몰라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가죽이 갈라져 있고 뒷줄 안감이 헤어저 있는 등 ' 낡고 오래된 구두구나?' 알 정도지, 먼발치에서 대충 봐서는 제법 광기가 나는 게 아직은 신을만한 구두로 보일 정도로 관리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나와 수년을 같이 한 신발, 겉은 멀쩡해 보이나 속은 병들어 있는 내 신발이여 이제 안녕~

하지만 결정적으로 구두 밑창을 보면 달아질 때로 달아 펑크가 나 고무판을 잘라 접착제로 덧된 흔적이 역력한 한마디로 말해 겉으로는 그럴듯하나 속에는 아무 실속도 없는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는 그래서 제 수명을 다한 구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두 한 켤레를 꼭 장만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때마침 조카가 구두를 선물해 주겠다고 하니 '이게  자다가 웬 떡인가 싶어 염치 불고하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마라'라는 형식적인 문자 몇 마디를 던진 채 덥석 물고 말았다.


그렇게 지난주 토요일 저녁, 조카로부터 아주 멋진 구두를 선물로 건네받았다. 그것도 디자인과 색상이 어찌 그리 내 마음에 '쏙~' 들던지. 내 마음속에 들어가기라도 한 듯한 조카의 신들린 센스에 마음까지 흡족,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엎어진 삼촌 구두 밑창 상태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그래서 '삼촌에게 구두를 선물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조카에게서 들은 구두를 선물하게 된 계기를 알고 조카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한 의미의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어야  받는 사람도 행복한 선물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만 보더라도 조카의 선물은 진심이 담긴 진정한 의미의 선물로 두고두고 기억될 내 생애 최고의 선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출근길, 나는 조카가 선물해 준 구두를 신고 찍은 인증사진과 함께 '조카야 어때~' '너무 고맙고, 나도 너에게 선물하나 해줄게'라는 문자를 카톡으로 전송했다. 그런데 돌아온 조카의 답장은 나를 다시 한번 감동을 먹게 만들었다.


'삼촌, 아주 멋있어~' 그런데 대가를 받으면 그건 선물이 아니래~


그래도 그렇지 삼촌이 조카의 선물만 받고 입 딱 씻을 수는 없지... 나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물을 줄 테니 잘 받아라, 내 마음속에서는 그렇게 이미 다짐하고 있었던 그날의 유쾌하고도 상쾌한 출근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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