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이야기
1.
그곳에 원죄가 있다면 속죄하고 바르게 이끌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됨이 삶의 희망이고 기쁨이라고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용서도 이해도 필요치 않았음을 고하고 또 바랍니다.
젊은 여자는 생각한다.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 손으로 이루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하고.
잔해(Debris)
나무 벽면의 곳곳을 푸른 식물이 타고 오른다. 나뭇결이 갈라지더라도, 썩어들어가 보수를 하더라도, 남자는 흙을 가져와 벽면에 이끼와 이름 모를 담쟁이들을 한껏 심어놓았다. 큰 통창으로 사람 오가는 것이 보인다. 색이 다 빠져버린 도시의 낡아빠진 건물들 사이로 새어 든 빛줄기가 간신히 연석을 지나 창문에 발을 걸쳤다.
남자는 가게문을 제멋대로 열었다. 날이 좋으면 오래, 날이 궃으면 가끔은 밤새 문을 닫지않았다. 카페에는 커피 머신 하나가 덜렁 있었고 비싼 커피 외에 다른 메뉴는 없었기 때문에 오는 손님들은 고만고만했다. 남자는 인터넷을 전혀 하지않았기 때문에 가게에도 와이파이는 커녕 그 흔한 스마트폰 하나가 없었다. 고불거리는 유선전화선에는 먼지가 소복히 앉았다. 전화는 한동안 전혀 오지않았다.
어느 날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들어오더니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했다. 남자는 별다른 말 없이 메뉴를 만들어주었다. 여자는 웃으며 말한다. "잔이 정말 작네요." 남자는 당황으로 고개만 까딱 끄덕였다.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않고 여자와 눈을 마주치지못한다. 여자는 그 작은 잔을 앞에 두고 자리에 앉아 가만히 카운터의 남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무언가 결심이 섰는지 그제야 잔을 들고 한모금 잔 안의 커피를 넘겼다. 여자는 그 날 문을 닫기 전까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았다.
남자는 당황으로 하루를 빼앗겼다. 그 여자가 다시는 오지않기를 바라면서 2층의 제 방으로 숨어들듯이 걸음을 옮겼다. 기분이 이상했다. 기분이 나쁘질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당연한 공기가 가득 차서 폐부를 부풀렸다. 끝내주게 이상한 기분이 침대 발치까지 쫓아와 남자의 그 날 저녁마저 송두리째 앗아갔다.
여자는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의 다음 날도 가게를 찾았다. 늘 에스프레소를 시키고 크게 대화를 하지않고 제 잔을 받아 자리에 앉아 그 잔 하나를 가지고 하루종일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1주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하늘이 참 맑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