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저는 천성적으로 게으른 편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저는 노력보다는 즉흥적으로 몸에서 채택하는 기술이나 능력이 더 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떤 기술이든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좋았고, 노력보다는 편안하게 몸이 익숙해지는 걸 선호했죠.
그런 제가 어느 순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에 빠져들면서 깨닫게 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탈고’라는 과정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다듬고, 남들이 읽기 쉽게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했죠. 하지만 처음에는 이 과정이 굉장히 귀찮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제 방식대로 써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몇 번의 시도를 거쳐 보니 남들이 진정으로 반응하는 글은 다듬어진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탈고를 통해 완성된 글에서야 비로소 “잘 썼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었죠. 그때부터 저는 글을 쓰면서 단단하게 압축하고, 그 안에서 본질을 찾아내어 풀어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은 예전에 음악을 할 때와도 비슷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글을 쓰는 것도 음악을 만드는 것도 결국은 ‘나를 버리고 내 생각을 다듬어, 조각해서 세상에 풀어내는 과정’이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여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느낍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안의 생각을 정제하고 다듬어, 나와 타인에게 더 나은 울림을 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요.
"글은 나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는 다리이며, 그 다리는 정성스럽게 쌓아야 견고해진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길은 쉽지는 않지만, 매번 탈고를 거칠 때마다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