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문은정
20대에는 예술적이면서도 퇴폐적인 사람들을 동경했다. 그 때문일까, 20대에는 언제나 술을 마셨다. 밤새 진탕 마시며 인생에 대해 떠드는 나 자신이 좋았던 것 같다(물론 술도 맛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삶은 기회비용이 크다는 것이었다. 밤새 들이켠 술의 양과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하는 시간의 양은 비례했다.
그런데 최근, 이 롤모델의 대상이 바뀌었다. 나이가 든 것일까. 요즘은 건강한 사람들에게 마음이 간다. 시작은 SNS에서 팔로하는 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 민낯에 허름한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을 한 뒤 SNS에 인증샷을 포스팅했다. 아침부터 운동이라니?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점차 생기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 SNS를 보면,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건강한 삶을 위한 롤모델
언제나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고,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내가 아침형 인간을 좋아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더군다나 요즘은 음식 영상 만들기에 과하게 몰입하고 있어서 하루를 일찌감치 시작하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침은 든든하게 먹는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우엉을 잔뜩 넣어 볶음밥을 만들거나,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넣어 디톡스 주스를 만들어 먹는 식이다. 에너지 넘치는 음식은 욕심 많은 내가 하루를 잘 견디게 해주는 중심축이 된다.
건강한 롤모델을 갖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어릴 적부터 어른들이 마르고 닳도록 했던 말인데, 왜 이제야 귀에 들어오는 것인지. 어쨌거나 요즘은 더욱 열심히 멋진 사람들을 찾아보려 애쓴다. 그들이 아침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슨 책을 읽고 어떠한 운동을 하고 있는지, 남들은 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지. 그렇게 서른여섯 살이라는 조금 늦은 나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한다. 위를 바라보며 더 나은 자신을 꿈꾼다.
채소빵
건강한 채소의 에너지가 듬뿍 담긴 채소빵.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게 만들어준다. 넉넉하게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바싹 달군 팬에 구워 커피에 곁들이면 좋다.
재료(8개 분량)
강력분 400g, 달걀 1개, 물 85g, 다진 채소 150g, 설탕 40g, 소금 7g, 이스트 7g, 버터 45g, 달걀물 조금
1 밀가루는 곱게 체를 친 뒤 설탕과 소금, 이스트, 달걀, 물을 넣어 잘 섞는다.
2 1에 다진 채소를 넣어 반죽한다. 채소는 무엇을 넣어도 좋지만 당근과 양파는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맛있다. 나는 냉장고 속에 조금씩 남아 있는 당근, 양파, 피망, 표고버섯, 대파, 시금치를 넣었다.
3 15~20분 동안 반죽이 매끈해질 때까지 열심히 치댄 뒤 젖은 면포로 덮는다.
4 미지근한 물을 볼에 담고 그 위에 3이 담긴 볼을 올려 1시간 정도 1차로 발효한다.
5 4를 8등분으로 나눈 뒤 둥글게 빚어 오븐 팬 위에 올린다. 젖은 면포로 덮은 뒤 미지근한 물이 담긴 볼에 올려 1시간가량 2차로 발효한다.
6 5에 달걀물을 바른 뒤 170℃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20분가량 노릇하게 굽는다.
문은정 잡지사 <메종>의 푸드 & 리빙 에디터이자 아마추어 아침요리 연구가.
위 글은 빅이슈 4월호 2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