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양수복
요즘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아이유와 故 종현이 함께 부른 ‘우울시계’다. “우울하다 우울해/지금 이 시간엔 우울하다/우울하다 우울해 지금이 몇 시지? 열한 시 반/우울하다 우울해 또 우울시계가 째깍째깍.”
몇 달간 이어져온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가 버겁기만 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일 텐데 나만 힘들다고 할 수 없었다.
대혼란의 시대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았지만 이렇게나 혼란한 시국은 드물었던 거 같다. 늘 사회는 시끄럽고 시도 때도 없이 사건 사고가 터지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사태는 더 두렵게 느껴진다. 사스나 메르스보다 치사율은 낮지만 전파 속도가 높은 코로나바이러스는 늘어가는 확진자 수만큼 내 일이 될 거는 불안을 키웠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계절이 바뀌고도 영 바이러스가 잠잠해지지 않자 공포와 걱정을 넘어서 피곤해졌다. 지겹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N번방, 너는 왜
그러다 ‘N번방 26만명’이 터졌다. 성착취물을 공유하던 텔레그램방 ‘N번방’의 가입자가 26만 명이라는 숫자는 충격적이었다. ‘N번방 탈퇴법’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는 행렬이 환멸스러웠다. 한국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과 여성으로서 사는 삶의 부당함을 강하게 느꼈다. 고로 우울했다.
우울은 두루마리 휴지에 떨어진 물이 번지듯 천천히 잠식해왔다. 깊은 동굴로 점차 빨려 들어가는. 마음이 동굴행 급행열차에 탑승하지 않기 위해 뭐라도 하려고 노력했다.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되지 않으려고 애써 생각이란 걸 털어냈고 집안일을 했다.
실은 우울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렇기에 이 글에 ‘극복’이란 등장하지 않는다. 몇 해 전 우울감으로 상담을 받았을 때 담당 선생님은 감정 상태를 기록해보라고, 그 말이 떠올라 멈췄던 일기를 다시 쓰기로 했다.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써봤더니 거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 형용사가 쏟아져나왔다. 안타깝고 슬프고 화나고 짜증나고 미안하고 무력하고… (중략) 일단 호흡을 가다듬었다. 내일의 감정도 알지 못하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쓸모없는 감정은 넣어두기로 했다. 슬퍼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위태한 마음을 비스듬히 일으켜 세웠다.
위 글은 빅이슈 4월호 2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