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방송의 시작은 늘 긴장된다. 짧지 않은 2년 반 동안 매일 해오고 있지만 변함없다. 혼자 필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순조롭지 못했던 몇몇의 지난 에피소드들에 심호흡을 가다듬는다. 그중 가장 떨리는 순간은 첫 획을 시작할 때다.
최옥정 작가는 글 전체에서 첫 문장의 가중치를 무겁게 보았다. 좋은 글을 쓰기를 위해 첫 문장에 승부를 걸라 한다. 첫 문장이 순조롭다면 글 전체가 쉽게 풀린다는 것이다. 첫 문장에 투자를 집중하면 수익률이 좋은 글쓰기가 된다고 주장한다.
필사의 첫 획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날의 글씨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다.
한글의 특성상 자음이 우선하는 데, 자음을 크게 쓰면 모음도 덩달아 커져야 한다. 이는 곧 큰 글씨가 되는데 노트의 줄 간격이나 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글씨 크기는 여백의 미를 살리지 못한다. 적당한 여백을 뒤에 남겨두는 글씨가 좋은 글씨다.
첫 획이 마음먹은 대로 써지지 않는다면 그날의 글씨는 곤혹을 치를 확률이 크다. 오른쪽으로 비뚤면 글자 전체가 오른쪽으로 기우뚱하다. 이상적인 시작점에서 출발하지 못했다면 들쑥날쑥한 글씨가 된다. 하지만 첫 번째 획이 곧바르고 시작 위치가 적당하면 그날 글씨는 순조롭다. 중간에 글씨가 다시 기울기 시작하거나 엉뚱한 곳에서 시작하더라도 가뿐히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감각을 유지한다. 들쑥날쑥하지 않고 일정한 크기를 유지한다.
글자의 일정한 크기, 올곧고 조화로운 글씨를 원한다면 스타트라인부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