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사 글에서는 강력하고 인상적인 첫 문장이 글을 시작한 이에게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와 비슷하게, 글씨를 고치려고 마음먹었다면 평소보다 두세 배 이상 크게 써야 좋다.
큰 글씨는 긴 획이 필요하다.
긴 획을 위해서는 손을 크게 움직여야 하며 평소보다 펜을 넓게 굴려야 한다. 또한 쓰는 내내 힘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나는 이를 '글씨 체력'이라 칭하며 한 번씩 필우들에게 강조하는데, 이 체력 역시 다른 운동 기능과 같이 꾸준한 단련으로 향상된다.
초보자라면 큰 글씨 쓰기부터 시작하여 글씨 체력을 키운 후 평소 글씨 크기로 줄여 나간다. 마라톤과 같이 글씨도 지구력이 필요하다. 힘 분배가 흐트러지지 않고 일정한 템포로 쓴다면 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
긴 획을 쓰면 자신의 약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선이 삐뚤거나 획 굵기가 고르지 않다면 바로 표시 난다. 새끼손가락 손톱만 한 글씨를 쓴다면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교정의 시작은 잘못된 부분의 발견이다. 무엇이 원인인지 알아야 고칠 수 있다. 악필의 원인 중 하나인 획의 불규칙을 큰 글씨를 쓰며 발견하고 고쳐 나간다. 획을 똑바르고 일정하게 쓸 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큰 글씨에는 공간이 잘 보인다.
자음과 모음을 함께 써서 글자가 되는데, 자음과 모음의 위치가 중요하다. 서로 일정한 공간과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글씨를 작게 쓰면 이 공간을 확인할 수 없다. 자음과 모음이 다닥다닥 붙을 수밖에 없어 알맞은 여유치를 잡기 어렵다.
글씨를 크게 쓰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초성과 중성이 멀면 엉성하고, 가까우면 갑갑한 글씨가 된다. 보기 좋은 글씨가 잘 쓴 글씨듯이 자음과 모음의 보기 좋은 간격을 스스로 찾는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글씨는 당연히 눈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