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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이 늘다

by 지망생 성실장 Feb 15. 2025

"눈이 자꾸 감겨요. 졸린 것 같지는 않은데, 졸린 것처럼요. 피곤할 일도 없어요. 요즘엔 그렇게 바쁘지는 않거든요. 안 바빠서, 장사가 안돼서 스트레스를 받는가..... 잠도 잘 잡니다. 하루에 9시간씩은 자는 것 같아요"


"의학적으로 8시간 8시간은 과수면이 아니에요. 그냥 정상 수면입니다. 그런 점에서 체력이 약하고, 일이 많고, 과로하는 입장에서 환자분은 잠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어요. 다른 사람보다 체력이 약하고 스트레스가 많으니까요. 하루이틀 좀 더 잔다고 하루아침에 낫는 게 아니고요. 잠을 더 자도 된다 일을 줄여도 된다 생각하세요. 그리고 활력을 주는 약을 추가할게요. 약이 늘었으니 이번에는 한 달이 아니라 2주 뒤에 약이 잘 받는지 확인차 보도록 하지요"



음.... 결국 약이 늘었다. 

바라던 결과는 아니다. 결국 몇 년 동안 쌓인 과로 때문에 방전된 배터리 오래된 배터리처럼 충전해도 금방 방전되고, 그래서 자꾸 눈이 감긴다...... 


그런데 일 할 때는, 브런치에 글 쓸 때는 눈이 또 안 감긴다 ㅋㅋㅋ

이렇게 워커홀릭이 된 것일까?


아버님의 시한부 선고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내가 걱정한 것은 

관계도 없는 서희원 중국 배우의 죽음에는 삶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그래도 서류상 가족인 시아버님의 시한부 선고에는 

남편이 불쌍하다. 내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까. 뭔가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고민은 하지만. 

사는 게 무엇인지 그런 생각도 안 들고, 그냥 그렇구나 하는 생각만 드는 것이

내가 정상이 맞나? 싶어서이다.

아무리 내가 시짜를 싫어해도 이렇게 별 감흥이 없을 수가 있을까 싶어서이다.


의사 선생님은

시아버님과 워낙 교류가 없었으니까

대화를 해본 적도 없고, 정서적으로 나에게 무엇인가 주었다.라는 것이 없기에 

당연한 감정이라고 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가족들이 모여도 잠시 거실에 계시다가 당신 방에 들어가셔서 혼자 티브이 보시고, 바둑 두시고 하시던 분이라.

정말 나와는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적도 없고, 무엇인가를 의논한 적도 없고, 그냥 올 때 갈 때 인사만 했으니

큰 감흥이 없는 게 당연하지


그런 점에서 

차라리 미움이 많은 시어머님이 가신다면, 그때는 정말 오히려 별별 생각이 더 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가시길 바라는 것은 아니고......


암튼

약이 늘었다는 점에서 좀 속상하긴 하다. 

그래도 열심히 먹었다. 진짜 열심히 먹었다,

오늘도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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