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동안 딱 1번, 시어머님 동네에 싱크홀이 났을 때만 전화드렸고, 별도로 전화를 드리지 않고 있다.
화가 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이다.
뭔가 용건이 있으면 전화를 할 수 있다. 싸운 것도, 화가난 것도 아니고, 섭섭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정말 할 말이 없어서이다.
딱히 궁금한 것도 없고, 걱정되는 것도 없을 뿐이다.
또 내 이야기도 딱히 할 말이 없을 뿐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시어머니께 별도로 전화를 드리지 않게 된때가....
결혼 후, 신혼여행 다녀와서 첫 며칠은 아침마다 문안 전화를 드렸었다.
하루이틀 전화를 했는데, 어머님께서 매일 안해도 된다고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원래 말이 없는 편인 나는 전화가 매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매일 똑같은 하루인데 할 말이 뭐 있나 싶고, 전화하면 결국 언제보냐로 끝나는 대화도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시댁관련 생일, 제사 등 무슨 행사가 있을 때면, 곧잘 전화해서 행사 일정을 조율하거나, 필요한 정보등을 나누는 전화를 하기는 했었다.
한 몇년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시어머니와 통화를 하면 자꾸 불똥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요일 누구 생일에 점심 먹자 점심때 만나기로 했는데
남편은 지네집은 점심식사가 2시라고 우겨서
2시까지 가면
다른 가족들은 엄청 기다리면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분면 12기나 1시까지라고 말을 했는데 남편이 말을 안 들은 것인데
나한테 다들 화가 나는 상황이 된다.
그런 일을 몇번 겪고 나서
나는 내가 시댁 단톡방을 만들고, 남편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런 일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시댁 이벤트 일정 관련 일을 넘기고 나니
사실 시댁에 연락할 일이 없었다.
딱히 내 하루를 전달할 이유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연락을 할 때마다 그다지 재미있거나, 즐겁거나, 유익하거나 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이 가장 크지만.
결국은 몇년 전부터 나는 정말 필요한 이슈가 아니면
시어머니와 전화를 하지 않는 못된 며느리가 되었다.
내가 지금 고민스러운 것은 시아버님이 돌아가신지 3개월 쯤 된 지금도, 딱히 전화를 안 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되신 시어머님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안하던 짓을 하면서 갑자기 위하는 척 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혼자되신 시어머님께 중간 중간 잘 보내시는지는 체크해야하는게 며느리의 도리인지 심각하게 고민스럽기는 한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시댁에, 정확히는 시어머님께, 앙금이 없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고
진심으로 걱정되거나 궁금한 게 아닌, 그냥 의무감에 하는 전화가 뭔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중간중간 아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아직 안 드리고 있다.
특별히 편찮으시거나, 뭔 일이 있으면 전화드리겠지만
별일 없는데 안부 전화는 결국 불편하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정말 전화를 굳이 자주 안하고, 너무 자주 안 만나는 것이 내 정신병에 도움이 되는 것도 너무나 잘 아록 있으니, 전화해야 하나? 싶다가도 그냥 "잘 계시겠지" 하고 나를 위해 넘어가는 요즘이다.
벌써 17년이나 되었는데
사이가 좋아서,
하루하루 뭘 드셨는지, 뭘 하셨는지, 아픈덴 없는지, 시원하게 따뜻하게 지내시는지 시시콜콜히 일상을 나누는 사이였다면 참 좋았으련만
혼자되신 지금도 연락을 안하는 사이가 씁쓸하긴 하다.
나도 잘 한 것은 없다.
지금도 참 못난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나와 부부사이를 위해서 세상의 며느리의 도리를 외면하기로 한다.
연을 끊은 것은 아니니까. 정말 알아야될 일이 있다면 연락을 주시겠지. 나 역시 정말 알아야될 일이 있다면 전화드릴테니.
그게 나만의 며느리의 도리니까. 내 기준으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