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문신을 하고 싶었다.
크고 화려한 모양은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귓불에 귀찌(?) 모양이나
손가락 반지 자리에 반지모양으로 커플 문신을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증서처럼
그런데 남편이 정말 문신을 싫어했고
나도 귀찮고, 무섭기도 해서, 그냥 그랬었다고 하고 말았다.
그러다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만약, 문신이 있었다면,
아이 친구 엄마들이랑 친해지기 힘들었겠다.
학부모 상담을 가서도 내가 "무해한 사람임을, 평범한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겠구나
싶어서
안 하기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을 하게 되면서 더더욱 문신을 했으면 맨날 그거 설명하느라 귀찮았겠구나 싶더라.
그런데, 장사를 하면서 직원을 구하는데
문신한 사람이 정말 정말 많아서 놀랐다
문신이 이렇게나 대중적이 되었는지 몰랐었는데
20-30대 젊은 이중에 문신 하나 없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나도 문신을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으니, 나름 열린 마음으로 문신한 것에 감점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몇 명 채용해서 일을 시켰는데.
정말 문신한 사람 하나같이 일을 더럽게 못하고,
태도가 정말 형편없었다.
어쩜 이럴 수 있는지
관상은 과학이라고
편견도 경험에서 나온 통계라고
결국 나는 문신한 사람에 대한 편견이 나이 마흔 중반에 생기고 말았다.
그렇게 지난 6개월간 직원을 뽑고 해고하고, 뽑고 해고하다.
결국, 직원 없이 일을 하자는 결론이 나려던 찰나
누군가가 잡코리아로 이력서를 냈다.
경력은 그냥 그랬지만, 직접 공장에 생산을 맡기고, 온라인으로 판매를 해본 경험이 눈에 띄어서
면접을 봤다.
그런데 팔뚝에 문신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에이... 괜히 보자고 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말을 해보니
목소리가 차분하고 무섭지 않았고,
애기도 있는 애기 아빠였다.
여러 도전과 실패의 경험으로 매우 겸허하고, 현실을 알고, 무엇보다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조심스레, 문신이 있어서...라고 말하자.
"안 그래도 문신을 숨기기 위해 긴 팔을 입고 올까 했는데요. 나중에 알면 더 거짓말이 되니 처음부터 아실 수 있도록 일부러 반팔을 입었습니다. 불편하시면 항상 긴팔을 입고 다닐 수 있습니다. 딸이 있긴 하지만, 아내에게 허락받아서 지울 생각은 없습니다."
라고 차분하게 잘 설명을 하더라.
게다가 담배도 폈다!!
흐음...
나는 일단 담배 피우는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담배 피우면서 왔다 갔다 하는 꼴이 보기 싫기 때문이다.
물론 일하면서 바람 잠깐 쐬는 것은 필요하고 용납이 가능하지만,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진짜 40분마다 10분 이상씩 나가면서 들락날락거리면, 일에 집중 안 하는 것 같아 보기 싫다.
게다가 문신... 이미 경험상 문신한 사람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이골이 나 있어서 그것 때문에도 채용하기 꺼려졌다.
하지만, 남편은 본인도 담배를 피우니까. 흡연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 부분의 전공자로 기초지식이 있고, 온라인 판매 경험이 있으니 경력자고, 실패를 한 경험이 있고, 절박하게 월급이 필요한 사람이니 정말 성실하게 일할 거라며 기회를 주자고 했다.
하루 정도 고민하고, 결국, 그 사람을 채용했다.
첫 출근날, 점심을 먹고, 남편이 직원에게 진지하게 말을 했다.
"우린 문신한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있어, 네가 그 편견을 없애주면 좋겠어"
직원은 당연히 그렇게 열심히 하겠다고 뽑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아직 이틀밖에 안 됐지만, 문신이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일단은 잘하고 있다.
문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요즘
개인적으로는 나이 50살쯤 돼서, 확실하게 아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거나.
아이가 있으면 아이의 허락을 받고,
현재, 직장등 사회생활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안전하다 싶을 때,
그때가 문신을 하기 적절한 나이가 아닌가 싶다.
특히, 아이가 있다면,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부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은 못 될 망정
아이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남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피임을 하더래도, 불임 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아이가 생길 가능성은 남성 여성 모두 1%라도 있으니까.
또한, 사회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 모르는데,
사는데 돈이 얼마나 중요한데
돈 버는데 도움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돈 버는데 크게 해가 되는 행위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입시면접, 취업 면접, 서비스업종 등등 문신은 돈 버는 것에는 정말 도움이 안 된다.
암튼
이 직원이 내가 가진 문신에 대한 편견을 정말 없애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애들이 성인이 되면, 예쁜 꽃 문신을 할지도 모르겠다
문신을 한 엄마는 별로일 수 있지만
문신을 한 할머니는 좀 멋지지 않을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