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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고, 취침전 약을 먹어도 될까?

by 지망생 성실장

어제 술을 마셨다.

회사에서 거래처와의 문제가 생겼고, 관련해서 약 10명정도의 손님들에게 죄송합니다를 해야 할 일이 생겼었다.

수십번 죄송합니다. 양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를 반복하고

문자를 보내며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고 나니 많이 기분이 다운되었었다.


심지어, 사업장 1은 지금 개업이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편이 모처럼 술을 사준다고 했다.


소주 3분의 2병, 맥주 약 1000cc 를 먹고 마시고 취했었다.

취한 김에 다시 한 번 남편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었네, 신혼때 내가 힘들었네, 도무지 시어머니를 좋아할 수가 없네, 니네 동생들을 시집을 잘 가서 내가 시어머니는 안 좋아해도, 애들 이기적으로 길러서 좋은 집에 시집가게는 만들어야겠네 등등

그냥 막 주절거렸다.

예전같았으면 엄청 싸웠을 텐데.

웬일로 남편이 잘 들어주고, 미안하다고도 하고, 차분하게 변명도 하면서

약간 흥분하긴 했지만 싸우지 않고 대화를 잘 해나갈 수 있었다.


매우 즐거웠다.

남편 속은 썩었겠지만

나는 속이 후련했다.

무엇보다, 시어머니에 대한 말을 다 쏟아놓고 보니 어쩜 그리 기분이 홀가분한지.


암튼 그렇게 기분 좋게 집에와서 자려는 순간.

잠을 잘 자게해준다는

정신병약의 취침전 약을 떠올렸다.


선생님한테 술 먹고 약 먹어도 되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술 먹으면 당연히 약을 안 먹고 잤는데.


어제는 갑자기 먹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약 한 번 빼먹어도 큰 일은 안나는데

술 먹고 약 먹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안 먹고 자기로 했고 안 먹고 잠을 잘 잤다.


정신과 아침 약은 눈 뜨면 일단 먹고 보는데

취침전 약은, 어찌 해야 하지??

잊지 말고 월요일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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