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사랑이란 무엇인가가 매우 추상적이었다.
그냥 그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임을 알아보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비로소 결혼을 하고나서, 지겹게 싸우면서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아이를 낳고 나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진짜 알게 된 것 같다.
내 기준 사랑이란
일단 "보는것"이다.
눈을 뗄 수 없고, 계속 보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챙겨주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함께 하지 않아도, 계속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보니, 안 보고 있어도 보고있는 상황이 지속된다.
그리고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게 된다.
정말이지 돈과 시간을 계산하지 않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원래 돈과 시간에 대한 계산이 둔해서, 아무한테나 퍼주던 사람이긴 했다.
그런데 특히 애를 낳고 나서는,
시간이 너무 금이라 아무에게나 시간을 내줄 수 없게 되었다.
돈이 너무 없어서, 커피 한잔 더치페이도 할 힘이 없어서, 더욱더 만남을 못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필요성이 있어야만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친구가 거의 0에 수렴하는 삶이 되었고,
비지니스 외에는 만남이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어린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있어주지도 못하는데,
내 아이들에게 짜장면 하나 못 사주는데
싹싹 긁은 시간과 돈을 아이들에게 주어야 했으니
그리고 엄마이기에 많은 이들이 이해를 해주었으니 괜찮았다.
연인의 사랑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계속 눈이 가고, 안 보고 있어도 보고 있는 것 같고, 시간과 돈을 계산하지 않고 모두 내주어줄 수 있는 것이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부싸움을 그렇게 하고, 정말 인간같지도 않은 남편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결국 이혼을 지금껏 못하고 산 것 은
남편이 "널 사랑해서 이혼하지 못하겠어" 라고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남편은 모든 돈과 시간을 가족들에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어쿠스틱 라이프' 란 만화가 있는데,
거기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부부가 연애할 때 잠깐 싸우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날,
남자가 여자한테
"너랑 헤어지니까, 데이트를 안 하니까, 통장에 돈이 막 쌓여. 그런데 행복하지가 않아.
돈 벌어서 너 좋은거 입혀주고, 먹여주고, 사주고, 너가 좋아하는 모습을 봐야 행복한 것을 깨달았어."
라고 말한다.
정말 내 기준 최고의 프로포즈라 할 수 있다. 이 만화의 대사는 내게 명언으로 남아 시간 될 때마다 딸 둘 에게 계속 들려주고 있다. 거의 세뇌를 시키는 수준이다.
사랑하는 존재의 행복이 내가 사는 이유인 것,
사랑하게 되면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직장인 커플이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것도 정말 이해가 안되고,
특히 부부가 돈 관리를 따로 하는 것을 나는 이해가 지금도 안된다.
부부는 가장 작은 경제 공동체라고 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몸 섞는 거는 쉽지만, 돈 섞는 것은 진짜 괴롭고 어렵다.
각자의 빚이 있거나, 둘 다 카드로 생활을 했다면, 돈을 섞어서, 카드빚을 갚고, 카드 안 쓰는 생활로 만들고 하는 것은 2-3년이 걸릴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씀씀이를 헤아리고 받아들이고 고쳐나가면서 진짜 속을 다 내보이는 사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 그런데 나는 왜? 첫 만남에
"나는 이쁘다고 다 해주는 그런 남자 아니야" 따위의 말을 하는 남자에게
"오! 감히 이런 말을 나에게 하다니 신기한걸!" 하고 두번 세번 데이트 기회를 주고, 결혼을 하게 되었을지
의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