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하기 시작했다

by 지망생 성실장

정신과약의 효능일까?

요리 유튜브를 열심히 본 효능일까?


요즘에는 아침에 눈이 잘 떠진다.

그래서 7시에 일어나서 애들을 깨우고, 애들 저녁밥을 만든다.

샐러드와 파스타, 샌드위치와 과일, 밥과 국 등등

예쁘게 식판에 담고, 렌지 그릇에 담아서, 꺼내고 덜 필요 없이, 렌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게

식탁에 차려 놓는다.


게다가 이 요리들로 도시락도 싸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침에 요리를 하고는 바로 설거지도 한다.

심지어, 도시락을 먹고, 집에와서 저녁에도 바로 설거지를 한다.

자기 전에, 내일 먹을 요리를 미리 생각도 한다.


처음에는 2-3일만에 지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벌써 10일 정도 되었다.


오늘도 아침에 명란크림파스타를 해서 애들을 먹이고, 도시락을 싸온 것이다.

(비록 오늘은 아침 설거지는 못했지만...)


내가 아침에 일어나고, 한끼라도 내가 한 밥을 가족이 먹게되니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단, 애들이 지각을 안한다.

내가 아침에 일이나기로 결심한 이유 중에 하나가,

내가 안 깨워도 안 챙겨줘도 지각을 안하던 애들이,

지난 달에 2번이나 학교에 지각을 했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 큰 애들 엄마가 깨워줘야 하나, 아침도 안 먹고 가니 내가 안해도 되겠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혼숙려캠프의 엄마들을 보면서, 아침에 자는 엄마들 모습이 꼴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아직은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하는 애들이고, 깨워주는 것도 문열고 한마디만 하면 잘 일어나는 애들인데, 내가 너무 무책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 깨우고 다시 잔 적도 있지만, 내가 밤새 일하는 것도 아닌데, 애들 입장에서 본인들은 출근(등교) 하는데, 다시 자는 엄마의 모습이 얼마나 얄미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간단하게 애들을 깨우고, 나는 애들을 깨우는 소리도 낼 겸, 요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랬더니 애들이 정말 잘 먹고, 좋아한다.

몇번이나 물어봤다.

아침에 엄마가 밥해놓고 가면 좋으냐고, 사춘기가 끝났다고 선언한 큰 딸은 본인이 살찌는 것은 싫지만. 야무지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감사하다고 했다.

사춘기가 와서 엄마랑 말도 안하기 시작한 둘째는 무덤덤하게 '좋지' 라고 한 마디 했다.


그 동안 엄마로서 항상 자책했던 부분들이 밥 하나로, 설거지 하나로 사라지는 기분이다.

정말 뿌듯하다.


그리고 남편과 먹을 도시락을 싸는 것도 뿌듯해졌다.

원래 남편은 외식을 좋아하고 도시락 싸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나이 들었는지, 내가 도시락을 싸고도 힘들단 말을 안해서인지

매우 좋아한다.

예전같으면 번거롭게 하지 마라고 막 화도 냈었을텐데

요즘엔 뭐 먹지 신경 안써도 되고 간변하고 돈도 굳는다고 정말 고맙다고 말해준다.


나는 무엇보다 돈이 굳는게 정말 좋다.

남편과 둘이 점심 저녁 사먹으면 하루에 6만원은 훌쩍 넘긴다.

게다가 애들 배달음식이라도 시켜주면, 하루에 10만원이 그냥 사라지는 날도 있다.

시장 물가가 비싸서 돈 자체는 아주 큰 차이는 안나기는 하는데

심지어 내가 좋은 재료로 장을 보고, 요리하는 내 공임까지 생각한다면, 사먹는게 그 정도로 비싸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체감상 그래도 장봐서 도시락을 먹는 것이 더 저렴하게 생각된다.


도시락을 먹고, 야식으로 치킨을 시킬때도, 점심 도시락으로 공짜로(?) 먹었으니 야식 치킨으로 돈 쓰는 것이 한결 마음이 너그러워지기도 한다.


여러모로 나 한명, 요리해서,

온 가족이 감사해하며 보다 건강하게, 한끼 먹고, 하루가 편안해진 것 같아서 참 좋다.



그런데, 정신과 선생님은 매일 새벽 3시에 잠이 들고, 아침 7시에 일어나서 9시까지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다시 11시까지 잠드는 수면 패턴이 걱정이 들었나보다.


안힘드냐고, 정말 좋으냐고, 잠을 자는게 사실 더 필요해보인다고 하신다.


나는

원래 의사샘 말대로 잠이 더 필요한 것 같아서 여태 그렇게 지내왔지만.

그리고 정말 몸이 말을 안 들 정도로 피곤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몸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고,

무엇보다 애들이 정말 좋아하니 정말로 나는 괜찮다고, 진심으로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애들이 그렇게 중요하세요?" 라고 물으셨다.

"당연하죠!" 내 대답이다.


요리할 수 있고, 설거지할 수 있는 요즘 정말 뿌듯하다.


또한 아침에 정신과 오전약을 먹으니 그것도 좋은 것 같다.

자는 약은 자꾸 건너뛰게 되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아침약을 잘 챙겨먹게 된다.


이제 이렇게 요리를 하면서, 당뇨만 잡으면 된다.

공복혈당이 245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말 걱정된다.


정신병이랑 당뇨랑 둘 다 잡을 수 있겠지.


하나씩 해가자

오늘도 정신과 아침약을 잘 챙겨먹었고,

당뇨약도 잘 챙겨먹으로 계획이다.


이렇게 한 발 한발 규칙적인 인간이 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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