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칭찬 일기가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나는 딸이 두 명 있다. 큰 딸은 12살, 둘째는 9살이다.
친정 엄마에게 가장 감사한 것은, 공평하게 차별 없이 자식을 길러주신 점이기에, 나 역시 두 명의 자식을 공평하게 기르려고 한다. 애정은 당연하고, 교육을 비롯해서 물질적인 지원까지 무엇이든 최대한 공평하게 해 주리라 다짐하고, 실제로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딸들에 대한 마음은 아주 똑같지는 않은 것 같다. 콕 짚어 이야기하자면, 큰 딸은 기대감이 좀 더 크고, 둘째는 미안함이 좀 더 큰 것 같다.
큰 딸은 별생각 없이 낳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을 가는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오십만 원 백만 원이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고, 서른 전에는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애를 낳아야지 하는 관습에 의해, 그냥 결혼하고 애를 낳았었다.
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육아와 가사노동과 경제적인 상황에 괴로웠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애를 잘 기르기 위해 애썼다. 태아보험을 들면서, 설계사님께 혹시 애기 옷을 얻을 수 있느냐 물어볼 정도로, 인터넷에서 애기 팬티까지 중고를 구해다 입힐 정도였는데.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아이를 위한 최선이었다.
정말 힘들었기에 포기하고 싶던 기억도 많았고, 정신줄을 놓았을 때, 폭력적인 행동도 했었다. 바로 사과를 했지만, 아직도 상처가 있겠지......
그래도
남들 하는 것은 다 구걸을 해서라도 해주려고 했고, 똑똑한 아이기에 학원은 못 가도, 책도 구해주고, 좋은 것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고, 24개월 동안 정말 발이 땅에 닿은 적이 없고, 신발에 흙이 묻은 적이 없을 정도로 안고 업고 다녔으며, 5살까지 업어서 재우며 최선을 다했었다.
반면에, 둘째는 나름 계획적이었다. 이혼을 하면, 혼자보다 둘이 좋으니 동생을 차라리 낳으라는 조언과 형제가 없는 외동의 삶을 상상하지 못했기에, 빚을 다 갚고, 출산휴가와 실업급여로 매달 50만 원씩 6개월은 들어올 수 있게 되었을 때, 계산해서 둘째를 낳았었다.
그런데, 둘째를 낳고 바로 사기를 당해서... 결국 60일 만에 어린이집에 보내고, 이런저런 일을 해야 했기에, 둘째는 어린이집과 친정엄마가 길러주셨고, 밤에 잠투정을 할 때도, 큰애가 더 투정을 부렸기에 둘째는 그냥 뉘어놓고, 울다 지쳐 잠들게 만들고, 큰애를 업고 안고 재웠으며, 큰애 책을 읽어주고, 큰애 재롱을 봐야 했기에, 둘째는 정말 책 한 권을 읽어준 기억이 없다.
그래서, 큰애에게는 "그 힘든 시간을 최선을 다해 길렀으며, 둘째를 외면하고, 너를 더 챙기면서 첫째를 챙겨준 것을 알아달라"는 마음에 기대감이 있는 것 같고,
둘째에게는 "언니는 18개월까지 젖을 먹였는데, 너는 한 달 만에 젖을 떼고, 백일도 전에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잔치도 못하고, 책도 못 읽어줘서, 아직 공부도 못하는 것 같아서, 엄마가 끼고 안 가르쳐서, 집중하거나 공부하는 자세도 모르고, 몰래몰래 만화 보는 것부터 알아차린 것 같아서" 미안함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큰애가 "엄마는 동생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엄마는 나 싫어하지, 엄마는 나를 좋아하면서도 싫어해"라고 할 때면 화가 버럭 난다.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 하면서 화가 난다.
그리고, 뜨끔하다.
솔직히 큰애가 진저리 날 때가 없지는 않다. 아직도 내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끌어안으면서 날 끌어내릴 때, ( 그냥 안는 것이 아니라 끌어내리면서 잡고 안긴다. 안기면서 주저앉는다고 해야 하나? 그냥 안기는 게 아니라, 잡아 내리면서 안기는 그런 게 있다.) 화가 버럭 난다.
"징그럽다. 무겁다. 평생을 안아달라고 하냐. 지금 네가 몇 살인데. 아직도 안아달라고 하냐. 엄마는 원래 만지고 그런 게 싫다. 너를 내가 도대체 얼마나 안아줘야 하냐."라고 솔직하게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삶이 어깨를 누르고 있는데, 물리적으로 다 큰 애가 또 내 어깨를 눌러내리니 힘든 것이다.
이건 내 생각이고......
딸 입장에서는
"똑똑한 내 딸이 자랑스럽고, 학원 하나 안 다니면서도 혼자 독학으로 예습 복습을 하는 딸이 뿌듯하고, 내가 없어도 동생이랑 밥도 잘 차려먹고, 나쁜 짓 안 하는 딸이 너무 감사하고, 무엇보다. 어쨌든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말은 하면서,
"안아 주는 것은 힘들다"는 엄마가 당연히 서운 할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딸은 무섭게도 내 속을 다 알고 있다.
엄마가 본인을 낳고, 행복했지만, 그보다 더 많이 힘들었고, 괴로웠다는 것을 느끼는 듯하다.
그런데 딸이 다 아는데, 사과는 못할 망정 더 화를 내며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 하면서
화를 내는 엄마라니....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건강 그리고 규칙과 원칙을 지키면서 사는 것' 외에는 바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 딸이 나에게 보답을 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런 뜻은 아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라는 말의 뜻은 참 유치하게도
"내 사랑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라는 뜻이다. 너를 너무 힘들고 지겹게 하루에 10시간 12시간씩 안고 업고 다녔는데. 12년이 지난 지금도 애기처럼 안아달라는 것이 그건 정말 너무 힘들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안아주지 않았다고, 섭섭하다고, 자기를 안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너무나 내가 섭섭하다는 뜻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에 어떻게든 좋은 거 먹이고, 입히고, 능력 안에서 사교육을 알아보고, 웹툰도 같이 보고, 동생 몰래 너한테 고기 한 점을 더 준 적도 많은데. 그거 안아주지 않았다고 자꾸 내 사랑을 의심하냐. 억울하다.라는 뜻이다.
그걸 12살짜리가 알까?
알리가 없겠지.. 그냥 엄마가 또 소리 지르네... 하겠지......
1시간에 7만 원을 받은 심리 상담사는 "엄마에게 사랑은 보고 관찰하고 알아서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것이고, 아이에게 사랑은 안아주는 것인 듯 합니다. 각자 선호하는 사랑표현 방식이 다른거죠."라고 말을 하긴 하더만... 각성을 한 순간 잠깐 안아줄 힘이 날 뿐, 엉기고, 들러붙고,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하면, 솔직히 징그럽다... 12살쯤 되면, 창피해서 같이 목욕도 안 하려고 할 나이 아닌가? 우리 애가 정상이 맞나? 내가 미친 건가? 별별 생각이 든다.
사랑한다. 어쨌든 사랑 한다.
내 사망보험을 보면서, 내가 죽으면 적은 금액이지만 이 돈이 내 자식들에게 위로가 되겠지 생각한다.
그게 내 방식의 사랑이다.
큰애의 방식대로 큰애에게 사랑을 주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알면서 못해주는 것이 더 미안하다.
이제는 "내가 널 어떻게 길렀는데" 소리를 하면 안 될 것 같다.
이제는 "나는 내 방식대로 너에게 사랑을 표현했다. 네가 알아주면 고맙고... 어쩔 수 없지"라고 해야겠다.
사실 "내가 널 어떻게 길렀는데" 이 말은 얼마 전 여름휴가 가서 내가 술주정으로 100번을 한 말이다.
그렇게 취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었고, 내가 술주정한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 취해 토한 채로, 냄새를 풍기며 큰애를 부여잡고 "내가 널 어떻게 길렀는데"라고 계속 한말 또 하고 또 했단다.
내 무의식에 큰애에 대한 기대감, 믿음, 나를 버리 않고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뭐 그런 게 있나 보다 싶다.
그리고 그 숙취로 몸이 며칠을 아파서 브런치도 이제 들어왔다. 진짜 술을 끊어야겠다.
펜션 여행에서 술 취해서 꽐라가 된 엄마를 양가 할머니들에게 이르지 않아 준 딸들과 남편에게 고맙고,
화를 안 내고 참아준 남편도 고맙고
브런치 발행을 누를 용기를 낸 나를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