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것 들

by 지망생 성실장

집 청소를 하고 싶다.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고, 열과 오를 맞춰서 물건을 정리하고 싶다.

사실, 나는 청소를 좋아하는데, 결혼하고, 애를 낳고 어느 순간 정리정돈과 청소를 손 놓고 살고 있다.


청소 관련 해서 중요한 순서대로 일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출근, 먹고 치우는 주방 일, 아이들 학습, 의복 관련 빨래 ( 다림질 안 함 ) , 청소기 ( 걸레질 안 함 ) , 화장실 청소 ( 한 달에 1-2번 ) , 대청소, 이불빨래 ( 1년에 1번?? )


이 중, 나는

출근, 먹고 치우는 주방 일, 아이들 학습, 의복 관련 빨래 ( 다림질 안 함 )

요기까지만 한다.


여기까지가 나의 체력의 한계이며, 시간의 한계이며, 만족도가 그나마 있는 것 같다.


그 이상은 정리정돈을 해봤자 다시 반복된다

정리 정돈을 위해 수납함 등을 사야 하는데, 그것을 살 돈이 없다.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다.


등등의 변명이 있다.


***


봄과 가을이 되면, 이렇게 하고 싶은 것들, 사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난한 집 아이가 사탕을 먹고 싶은데, 사지 못하는 현실을 알고 있기에, 상상에서도 지레 포기하는 것처럼,

그냥 하루 살기도 힘든데, 뭘 하려고 하냐.

청소 하나를 하려고 해도, 렉장을 사거나, 수납함을 사거나. 다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 돈 돈... 그리고, 그 시간... 내 체력과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그냥 바라지 말자, 나는 바라지를 않는다.

라고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핸드폰으로 미드나 예능을 보고 드러누워있다.



**


그런 점에서, 시도를 하건 말건.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나열부터 할까 생각한다. 일단 사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깊게 생각하지 말고 적어보기나 해 보지 뭐.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청소 - 구석구석 수납함 정리, 버릴 것들 버리고, 화장실 수리, 안방 벽장 수리, 베란다 정리, 쌀통자리 확보하거나 김치 냉장고 사기

옷 - 온 식구가 너무 꾀죄죄하다. 번듯하게 뽀대 나게 하고 다니고 싶은데, 정말 너무 꾀죄죄하다. 특히 큰 애한테 미안하다.

미용실 - 파마, 염색하고 싶다. 큰애도 스타일링을 해주고 싶다.

에어랩 - 다이슨 드라이기, 여자가 3명이니까 쓸만할지도

운동 - 체력이 바닥이라 입만 열면 욕인 것 같고. 짜증이 많이 나고 무엇이든 도전을 못 하는 것 같다.

독서 - 와... 문창과출신인데.. 이제 글자를 못 읽겠다. 활자가 너무 낯설다... 큰애 임신 때 돈도 없고, 아이들 교육이 안 좋을 것 같아서, 여러 소설들을 알라딘 중고에 70만 원어치를 팔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책을 안 읽고, 못 읽고, 공부나 그런 것도 못하고 살았다... 아무도 내가 책을 좋아하거나 잘 읽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화장품 - 좋은 선크림 + 맥 틴티드크림 + 컨실러 + 피니쉬파우더 + 아이섀도 + 볼터치 + 좋은 크림 + 마스크 팩


내 사무실 - 학원이나 사무실이나 집이나 내 책상이 없다. 다 공용이다. 나는 내 책상과 내 컴퓨터가 안전하게 있는 것이 필요한다. 남편은 그건 핑계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핑계가 맞긴 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어쨌든 내 자리, 내 공간을 원한다.


발 관리 - 진짜 이건 회사 앞에 가게 있으면 100만 원까지 쓸 자신 있다. 내 발은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각질인지 무좀인지 때문에 갈라지고 피가 나고 매우 신경 쓰인다. 부끄럽고 창피한데, 약간 불편하고,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피부과 - 작년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은 내가 잘 알아보지도 않고 돈만 내서 그런 것이겠지. 그래도 다 가긴 했는데. 이것 역시 친정 엄마나 언니가 "그런 것을 왜 하냐고" ㅋㅋㅋ " 그렇게 쓸데없이 비싼 거 말고, 싼 거 해야지, 그거 효과도 없는 거 돈 없다면서 쓸 줄도 모른다고 ㅋㅋㅋㅋ"


남편 가족들과 좀 안 보고 살기 - 지금 이미 많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조금 디테일하게 남편이 지네 가족은 지가 챙겼으면 좋겠다


명절에 혼자 여행 가기 - 1년에 1시간도 남편이 애들을 보고, 나 혼자 놀거나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주야장천 명절에 나 혼자 여행 가고 나만의 휴가를 즐기겠다고 계속 요청하는 게 거절당하고 있다. 근데... 진짜 이제 나는 좀 그렇게 하고 싶다. 애들을 친정에 맡기고 어디 가는 거랑, 남편에게 맡기고 어디 가는 거랑 다르니까. 심지어 이제 애들은 큰 딸이 아빠 밥을 챙길 만큼 컸다. 애들 볼 일도 없다.


친정 식구와 해외여행 + 가족사진


아침에 9시에 출근해서, 건강하고 바르게 일하기


매주 2회 브런치에 글 쓰기


매일 화장하기 , 로션 바르기, 매일 간단 청소하기


내 사업, 내 일을 게으르게 하지 않기


애들 공부 봐주기, 매일매일 애들 공부 제대로 봐주기

큰애 데리고 매주 도서관, 서점가기


산부인과 가기

약 잘 챙겨 먹고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기


먹는 것 하나하나 내 건강 신경 쓰기, 내 먹을 것은 내가 챙기기

어제도 마라탕 먹는데, 남편이 너무 많이 사면 못 먹는다고 3인분 샀다가

나는 먹지도 못했다...


나도 내 건강 챙기기


12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기


가족들 눈치 안 보고, 내가 할 일 해놓고 그냥 나가기



****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해 보면, 이제 애들이 젖먹이도 아니고, 이제 한 달에 10만 원 정도는 플렉스 할 수 있으니 하려면 할 수도 있는 항목들이다.


그런데 왜? 못했을 까.


결혼하자마자

시골에 신접살림을 차리고,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고, 돈도 없는 외로운 감옥살이를 시작했다.

나는 전업주부가 되자마자. 올빼미 생활을 하는 남편에게 모든 것을 맞췄다. 애를 낳고는 애와 남편에게 모든 것을 맞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부는 엄마는 모든 것을 맞춰주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의 모든 욕망은 거세당했다.

나만 그렇게 산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내 욕망을 거세해야만 아이의 기저귀를 살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살다 보니,

파블로프의 개처럼 "청소할까 하는 생각조차, 그것도 하고 나면 힘들어서 골골대고, 수납함이니 걸레나 세제니 사면서 돈이나 쓰게 되고, 해봤자 티도 안나도, 무엇보다 일요일에 해야 하는데, 그 시간에 애들 공부나 봐주고, 애들 특식 해서 먹이고 하는 게 낫지, 청소하다 보면, 애들은 또 유튜브나 보면서 드러누워 이 황금 같은 주말을 그냥 보낼 텐데. 애들 생각해서 그냥 이번 주말도, 맛있는 거 얼른 해 먹고, 주중에 못한 공부 1-2개 하는 거 봐주고, 도서관이라도 데리고 나가자. 그러면 또 하루 그냥 간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젠, 정말 정말 기본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스페셜한 것을 하기가 두렵다.


삶은 메인메뉴와 사이드 디쉬를 골고루 맛보면서 돌아가야 하는데

메인메뉴만 딱 1개만 부여잡고, 사이드 디쉬는 외면하면서 살아가는 삶인 것 같다.


심지어 감자튀김까지 못 먹는 삶인 듯......


그리고 그것도 내 탓인 것을 안다.

이 세상 모두가 나와 같지 않으니, 나보다 좋은 선택을 했고,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은 결국 내 탓이다.


나도 알긴 한다......


그런 점에서 모닝콜을 돈 주고 받아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아침마다 예쁘고 활기찬 목소리로 "일어나세요. 어제도 수고하셨어요. 열심히 사셨네요. 오늘도 즐겁고 꽉찬 하루 만들어봐요. 나는 당신을 믿어요. 당신도 당신을 믿으세요.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오늘의 삶과 도전이 내일에 큰 결과로 올거예요. 그러니 게으름피우지 마시고, 오늘 할 일을 시작하고, 활짝 웃어보세요. 잘 했어요. 칭찬해드릴게요" 라고 아침마다 말해주면 좋겠다 는 생각에, 이런 모닝콜이 있나 알아볼 정도이다.


나도 누가 좀 봐주고, 칭찬해주면 좋겠다 싶어서 ㅋㅋㅋ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것을 한 번 찾아볼까


살고 있는 집이 넓고 깨끗하고 이쁜 것 감사하고

그 와중에도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남편이 고맙고

솔직히 정말 자기주도학습으로 공부하는 내 아이들

건강한 내 아이들

미안하고 고맙다.


아... 망원가락국수랑 돈가스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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