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서울 지하철 1호선이라 하면 현재 1호선 중 지하 구간인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불과 8km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 거주 주민들이 생각하는 1호선은 인천, 수원을 넘어 천안까지 이어지는 전철 노선까지 아울러서 1호선이라 부르고 있다.
실제로 지하철 노선도 상에도 1호선은 북쪽으로는 동두천을 넘어 소요산 그리고 지금 한창 공사 중인 연천까지 이어질 예정이고, 남쪽으로는 천안을 넘어 아산, 신창까지 상당히 광범위하게 운영 중인 노선으로 표기되어 있다.
▲ 1호선 노선도. 광범위한 구간이 모두 1호선이라는 이름으로 운행 중이다.
세세하게 노선을 구분해보면 1호선은 지하철 구간인 서울역~청량리역과 북쪽으로는 경원선 구간인 청량리역~소요산역이 있다. 남쪽으로는 좀 더 많은 노선이 하나로 통합해서 운영 중인데, 먼저 서울역~천안역의 경부선, 구로역~인천역의 경인선, 천안역~신창역의 장항선에 2개의 지선 노선까지 하나의 노선이 되었다.
그러면서 2호선부터는 우측통행인 반면, 1호선은 전철과의 직결 운행 때문에 좌측통행이 된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나중에 개통한 4호선 역시 운영 구간에 따라 우측통행(당고개역~남태령역 구간)과 좌측통행(선바위역~오이도역 구간)이 혼재된 이상한 모습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처럼 전철과의 직결 운행으로 인해 1호선은 광범위해졌다.
그 가운데 지선 노선이 분기하는 3개 역은 같은 노선이지만 행선지에 따라 다른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는 모든 지선 구간의 열차가 서울 방면으로만 합류하기 때문이다. KTX를 위해서 만들어진 광명역 셔틀열차를 제외하면, 운영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나아가 금정역에서는 4호선과의 교차 운행을 통해 좀 더 다양한 행선지를 만들어 승객들의 편의를 도모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 환승역보다 더 환승역처럼 보이는 구로역
▲ 승강장만 8개인 구로역, 행선지별로 승강장이 다 나누어져 있다.
1호선 가운데 가장 먼저 갈라지는 구로역은 무려 승강장 번호가 9번에 이른다. 그러나 7번 승강장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8개의 승강장에 열차가 드나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경부선 구간이 본선처럼 보이지만, 역 번호 상으로는 인천으로 이어지는 경인선 구간이 갈라지기 전 역 번호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경부선 구간은 경인선 구간과의 구분을 위해 역 번호 앞에 ‘P’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승강장이 많아진 이유는 1호선이 일반열차와 급행열차로 이원화해서 각기 다른 승강장을 사용하는 영향도 크다. 게다가 인천, 광명, 천안(신창) 방향 열차가 모두 각자의 승강장을 사용하고 있어서 시간만 잘 맞으면 여러 대의 열차가 한꺼번에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승강장 높이 차이가 있는 4, 5번 승강장. 용산역처럼 심하지는 않다.
그 가운데 상행과 하행 승강장이 마주보고 있는 4번과 5번 승강장은 높이 차이로 인해 중간에 계단이 있다. 용산역처럼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나 승강장 폭이 급격히 좁아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구로역은 두 곳에 걸쳐 연결통로가 마련되어 있는데, 연결통로에 에스컬레이터를 볼 수 없었다는 점이 좀 아쉬움에 남는다. 그 연결통로는 지상으로 이어져 있어서 드넓은 구로역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 한 눈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구로역 승강장.
개찰구를 빠져나가면 인천 방면과 천안 방면으로 선로가 나누어지는 입체 형태의 교차로를 볼 수 있는데, 워낙 복잡해서 어떤 열차가 어디로 가는지 쉽게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 4량 편성 광명행 열차의 승차 위치가 아쉬운 금천구청역
금천구청역은 원래 시흥역으로 개통했던 역이다. 이곳은 현재도 시흥동으로 지명이 바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경기도 시흥시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역 이름이 바뀐 특이한 경우다. 마침 금천구청이 이 부근으로 옮겨와서 역 이름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 연결통로가 단 한 곳 뿐인 금천구청역. 행선지와 관계없이 모든 열차는 측면에만 정차하고 있다.
금천구청역에서는 경부선 고속철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분기 노선으로, 아주 드문드문 광명으로 연결되는 셔틀열차가 운영되고 있다. 이 셔틀열차는 영등포역까지만 운행하는 열차로 4량 편성이다. 금천구청역은 출구까지 연결된 통로가 단 한 곳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독산역 방면에 치우쳐 있다.
1호선 자체가 10량 편성 열차에 대응하는 승강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하차 위치에 따라 걷는 거리가 차이가 난다.
▲ 승객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4량 열차의 정차위치.
10량 편성 열차는 어쩔 수 없이 승강장 위치가 고정되어 있지만, 4량 편성 열차는 승강장 정차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4량 편성 열차 역시 진행 방향의 맨 앞 쪽에만 정차를 해서 석수역 방면 정차 시에는 맨 뒤 칸에 있어도 상당히 많은 거리를 걸어야 연결 통로에 도달할 수 있다.
4량 편성의 열차는 승강장의 정차위치를 조절해서 최대한 연결 통로에 가깝게 정차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4량 편성 열차의 정차 위치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놓은 점을 위안 삼아야 할 것 같다.
금천구청역에서는 KTX 열차와 무궁화호 등 기차가 승강장 안쪽으로 통과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스크린도어로 인해 열차의 모습은 담기 어렵다. 대신 연결 통로에 올라가면 금천구청역을 통과하는 열차들의 모습을 좀 더 쉽게 담아낼 수 있다.
▲ 금천구청역 대합실에서도 볼 수 있는 KTX열차.
◆ 종착역과 중간역의 역할을 모두 하고 있는 병점역
병점역은 경기도 남쪽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아니라면 익숙하지 않은 지명일 수 있다. 그러나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일부 열차는 서동탄역까지 가지 않고 병점역에서 다시 방향을 전환해서 서울 방면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 엘리베이터로 승강장이 좁아진 병점역.
병점역을 지나면 열차 빈도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든다. 그래서 위 두 역보다 훨씬 한산하다. 하지만 주어진 승강장 4곳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천구청역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측면 승강장인 1, 4번 승강장은 서동탄역을 시종착으로 하는 열차가 운행 중이며, 가운데 승강장인 2, 3번 승강장은 천안 방면을 오가는 본선 열차가 운행 중이다.
▲ 서동탄행 열차와 천안행 열차가 서로 다른 승강장을 사용하는 병점역.
승강장을 다 사용하고 있어서 한편으론 다행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은 승강장 폭이 급격히 좁아져서 이동에 불편함이 있다. 물론 승객이 그만큼 많지 않아서 병목현상까지 일어나지는 않는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8월 6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