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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Sep 21. 2023

이름 같고 비슷한 위치지만 환승역이 아닌 '부전역'

환승 가능노선 - 부산1호선, 동해선(1회용 승차권 등 환승불가)

 부산에서 부전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노선은 두 곳 있다. 이 두 역은 거의 같은 위치에 있어서 환승통로를 설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부산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부전역은 각기 다른 역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는 마치 지하철 서울역과 경의선 서울역을 보는 것 같다. 실제로 서울역도 지하철끼리는 환승통로가 잘 갖추어져 있지만 경의선 승강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개찰구를 나와 외부 통로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부전역도 서울역과 마찬가지로 환승역 표시는 없지만 상호 간에 30분 내로 개찰구를 통과하면 환승할인이 된다는 점에서 부산 지하철과 동해선이 만나는 다른 환승역과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1번 출구와 1번 출구로 이어진 부전역

 부전역을 지나는 노선은 1호선과 동해선으로, 동해선은 이 역이 시종착역이다. 두 역의 거리는 약 200m로, 이는 동해선 1번 출구 앞 바닥에 표시된 안내용 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역 사이에는 부전시장이 자리 잡고 있어 항상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공교롭게 1호선도 동해선과 가장 가까운 출구가 1번 출구로, 두 노선 간 최단 거리는 1번 출구에서 1번 출구로의 이동이다.


▲ 동해선에서 가장 가까운 1호선 1번 출구.
▲ 1호선에서 가장 가까운 동해선 1번 출구.


 차이가 있다면 동해선 1번 출구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하고, 1호선 1번 출구는 내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에 맞춰 두 노선 모두 환승이라는 표시는 없지만 1번 출구 안내에 상대 노선을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둘 다 나가는 곳이라는 안내는 공통된 사항이다.


▲ 1호선 1번 출구 안내에 표기된 동해선 부전역.
▲ 동해선 1번 출구 안내에 표기된 1호선 부전역.


 두 1번 출구를 잇는 부전시장 길은 약 5분 남짓 걸으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짧다. 더군다나 시장을 통과하는 길이라 지겹다고 느낄 틈도 없이 다른 노선의 1번 출구까지 다다르게 된다.

     

병목현상에 치명적인 동해선

 동해선 부전역은 앞서 언급한대로 노선의 시종착역이다. 문제는 들어왔던 열차가 다시 그 자리에서 태화강역 방면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승하차 승객 간 동선 겹침이 심한 편이다.


 더 치명적인 것은 대합실 연결통로가 거제해맞이역 방면 승강장 끝으로만 연결되어 있어서 심각한 병목현상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열차가 4량에 불과한데 역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5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만약 열차가 6량이나 8량까지 길어지면 역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


▲ 나가는 곳이 한 곳 뿐이라 병목현상에 치명적인 동해선 승강장.


 현재 부전역은 전철 대응 승강장이 4곳에 이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승강장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워낙 열차 간격이 긴데다가 왔던 승하차 승강장의 구분도 없어서 열차가 들어온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역보다 혼잡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이유에서 승객들은 거제해맞이역 방면 승강장 끝에 위치한 맨 뒤 칸 객차에 집중됨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덜 혼잡할 때 연결통로로 진입해야 승강장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오랜 시간 기다린 승차 승객은 승강장 전면에 걸쳐 고루 퍼져있는 편이다. 따라서 열차에서 승객이 내려 승강장이 혼잡할 때, 열차를 타기 위해 대기 중인 승객은 금방 열차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 열차가 들어오자마자 다시 좌석이 가득 찬 동해선 열차와 여전히 혼잡한 승강장.


 병목현상으로 인해 지체된 승객이 다 빠져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승강장에는 고요함과 정적이 흐른다. 복선 전철화 공사가 진행되기 전에는 우렁찬 디젤 열차들로 존재감을 뽐냈던 예전 부전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9월 20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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