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은 3개의 환승역이 있는데 3역 모두 각자의 특징이 있다. 1, 2호선이 만나는 반월당역은 대구에서 유일하게 지하에서 만나는 역이다. 1, 3호선이 만나는 명덕역은 두 역 모두 상대식 승강장이라는 특징이 있다. 2, 3호선이 만나는 청라언덕역은 역 이름이 바뀐 유일한 환승역이자 환승거리가 가장 긴 역이다.
이처럼 환승역 개수는 몇 개 안 되지만 비슷한 구조가 없다는 것이 대구 환승역의 특징이다. 청라언덕역은 무려 7개 층을 이동해야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역으로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해 봐도 상당히 높이 차이가 많은 역으로 손꼽힌다.
◆ 역 이름만 두 번 바뀐 청라언덕역
청라언덕역이 처음 개통할 당시에는 서문시장역이었다. 지금은 3호선 개통과 함께 서문시장에 더 가까운 현재 서문시장역에 이름을 내주면서 교차로 이름인 신남역으로 바꾼 이력이 있다. 그리고 5년 후인 2019년 지금의 청라언덕역으로 다시 교체했다.
▲ 서문시장역으로 출발한 2호선(2010년 촬영), 당시에는 교차로 위를 지나는 3호선의 흔적이 없다.
청라언덕역의 보조역명에는 신남역이 들어가 있는데 구 역명이 보조역명으로 들어간 것은 부산 2호선 벡스코역과 비슷한 형태다. 두 역 모두 2호선의 역 이름이 다른 노선 개통의 영향으로 바뀌었다는 것과 환승역이 되었다는 것도 동일하다. 공교롭게 새로 개통한 노선은 모두 지상역이라는 것도 똑같다.
물론 환승거리가 그 지역에서 가장 길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차이가 있다면 청라언덕역은 환승통로에 별도 환승게이트가 없는 완전한 환승역이지만 벡스코역은 반드시 환승게이트를 거쳐야 하는 불완전한 환승역이라는 점이다.
◆ 에스컬레이터 위치로 인해 좌측통행이 발생하는 2호선 환승통로
청라언덕역의 2호선 환승통로는 올라가는 방향만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놓은 상태다. 그런데 그 위치가 왼쪽 벽에 붙어있어서 이곳에서는 순간적으로 좌측통행이 발생한다. 그 영향으로 지하 연결통로는 승객 간 동선 겹침 현상이 일시적으로 생긴다.
▲ 에스컬레이터 위치로 좌측통행이 유도된 2호선 환승통로.
3호선은 지상에 역이 있는 관계로 교차로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 이 영향으로 2호선 환승통로는 반고개역 방면에 치우쳐 있다. 그리고 이곳으로는 짧지만 지하 통로가 이어진다.
이 공간을 환승통로로만 놔둘 수 있지만 통로를 두고 양 방향으로 옷가게가 나란히 이어진 것도 특징이다. 대구의 다른 환승역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사진만 봐도 이곳이 청라언덕역의 환승통로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 환승통로 양쪽으로 이어져 있는 옷가게.
이곳의 끝은 지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거대한 에스컬레이터가 연결된다. 이 에스컬레이터를 경계로 2호선 대합실과 3호선 대합실을 구분할 수 있다.
별도 계단이 없을 정도로 에스컬레이터에 의존하는 이 연결통로는 자칫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라도 나면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다. 실제로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났을 때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그나마 에스컬레이터 왼편에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어서 교통약자도 편하게 2, 3호선 간 환승이 가능하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교통약자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스컬레이터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모두 갖춰진 환승통로.
◆ 명덕역보다 넓은 환승 에스컬레이터
3호선이 지상에 위치한 관계로 명덕역과 청라언덕역은 모두 지상과 지하를 잇는 거대한 에스컬레이터를 거쳐야 다른 노선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두 역의 에스컬레이터는 폭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짧은 명덕역은 한 사람이 서 있을 정도의 폭을 간신히 유지한 반면, 청라언덕역은 두 사람까지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 사람이 넉넉하게 서 있을 정도의 폭이다.
이는 3호선 대합실에서 승강장을 잇는 에스컬레이터도 마찬가지다. 물론 2호선 승강장에서 환승통로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폭이 좁음을 인지할 수 있다.
▲ 한 사람이 서 있기에는 비교적 넉넉한 에스컬레이터(환승통로).
▲ 한 사람이 서 있기에는 비교적 넉넉한 에스컬레이터(3호선).
물론 이 비좁은 공간을 헤집고 굳이 앞 사람을 추월하는 승객은 거의 없다. 워낙 에스컬레이터 길이가 긴데다가 두 사람이 서서 가기에 상당히 협소한 폭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여기서 걷거나 뛰면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애초에 폭을 늘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가는 방향에서는 걷는 승객이 눈에 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인지 에스컬레이터 벽면에는 수도권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볼 수 있는 걷거나 뛰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12월 6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