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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Oct 19. 2023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 이름을 보유한 역

부산2호선 -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부산 지하철의 역 이름은 대체적으로 짧다. 주로 2~3글자 역이 거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으며 5글자 이상의 역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거의 없는 편이다.


 나아가 2호선의 경우 부산대양산캠퍼스역부터 동의대역 사이의 18개 역은 모두 2글자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로 2글자 역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 이름을 가진 곳이 부산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한 자리 숫자로 부족해서 두 자리 숫자까지 넘어갈 정도로 긴 역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두 자리 숫자로 넘어가는 역 이름을 가진 역은 2호선의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이 유일하다. 수도권에서 가장 긴 역 이름은 2, 4, 5호선의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다.


 열차 내 도착역 안내판에도 한 줄에 부족해 두 줄로 가득 채운 역 이름을 만날 수 있다. 영문명은 더 길어져서 국제를 의미하는 ‘international’을 줄여 쓰고 있을 정도다.



◆ 평범한 2글자 역에서 눈에 띌 정도로 길어진 역 이름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은 원래 문전역으로 출발한 역이다. 아직도 4번 출구를 보면 문전교차로라는 명칭이 남아있다. 문전은 인근 역인 문현역과 전포역에서 한 글자씩 따온 명칭으로 같은 2호선에 모덕역도 이런 방식(모라역+덕포역)으로 역 이름이 탄생했다.


 그러다 이곳에 부산국제금융센터가 조성되고 부산은행 본점도 이곳으로 이전해오면서 두 명칭을 모두 포함한 거대한 역 이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나의 명칭이 아닌 관계로 역 이름에는 ‘·’이 들어가는 독특한 표기를 볼 수 있다.


▲ 변경되기 전 역 이름이 남아있는 4번 출구 안내.


 부산은행이 역 이름에 들어가는 것을 두고 역 이름 변경 당시인 2014년에는 이에 반대하는 이들로 인해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부역명으로 역 이름을 유상판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고 정식 역 이름에 포함시킨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은행이 가지는 지역성과 지역사회에 공헌한 점을 들며 역 이름 교체로 인한 추가 비용에 대해 부담하는 조건으로 지금의 역 이름을 확정했다.


 어쩌면 긴 역 이름을 통해 지하철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다. 실제로 일본의 제3섹터 철도 회사에서는 역 이름을 상당히 길게 늘려 가장 긴 역 이름을 가진 노선이라고 간접 홍보를 하기도 한다.


 만약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이 국제금융센터역으로만 되었더라면 부산에서도 가장 긴 역 이름으로 남지 못하기에 이렇게 이름이 오르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 이름이 너무 길어서인지 열차 실시간 도착 상황판에는 국제금융센터로만 기록된 것을 볼 수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예전 역 이름인 문전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동대문운동장역 또는 동역사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을 디엠시역으로 부르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 국제금융센터만 표기된 열차 실시간 상황판.


◆ 역의 존재감을 알린 부산국제금융센터와 부산은행 본점

 이처럼 인근 역과 비교해보아도 역 이름이 단연 눈에 띄는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에 들어가는 명칭은 1, 3번 출구와 연관이 있다.


 1번 출구로는 부산은행 본점이 이어져 있고, 3번 출구로는 부산국제금융센터와 연결되어 있다. 물론 두 출구는 서로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이동해도 사실 크게 떨어져있지는 않다.


▲ 1번 출구 쪽으로 이어진 부산은행 본점.
▲ 3번 출구 쪽으로 이어진 부산국제금융센터.


 그리고 이 두 개의 출구를 하나로 묶어주는 번호가 붙지 않은 연결통로가 하나 더 있는데, 폭이 좁은 1, 3번 출구보다 가운데로 바로 연결되는 이 통로가 실질적인 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곳으로도 도시철도 타는 곳이라는 표시해 놓았으며 부산 지하철의 역 명판이 아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자체 역 명판을 설치해놓은 것도 특징이다.


▲ 실질적인 출구 역할을 하는 1, 3번 출구 사이 연결통로.


 한편 부산에는 ‘부산’이 들어간 역 이름이 총 6곳 있는데 그 중 3곳이 1호선에 있다. 1호선에 있는 3개 역은 부산대역, 부산역, 부산진역으로 ‘역’까지 붙여서 표기하는 부산역까지 모두 3글자 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동해선 부산원동역과 남은 두 개 역은 2호선에 있는 역들이다. 공교롭게 2호선에 있는 부산이 들어가는 역은 모두 역 이름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그 중 한 곳이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이고 나머지 한 역이 부산대양산캠퍼스역이다.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만 유일하게 부산이 먼저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부산대양산캠퍼스역은 부산과 양산 두 개 지명을 모두 포함하면서 부산이 들어가는 역 중 유일하게 부산을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10월 18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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