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처음 보는 낯선 누군가로부터 치유를 받은 적이 있는가. 나는 그 기억이 이렇게 오래도록 나를 살게 할 줄 몰랐다.
아, 하늘이 벌써 어두워졌네.
내가 그날 밖에서 뭘 하다가 집에 늦게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늦게 들어간, 때마침 그때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던 나를 칭찬한다. 그 덕에 나는 잊지 못할 누군가의 작은 손짓을 발견할 수 있었다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는 내가 그 아이 눈에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아니면 마냥 반가웠을 수도. 그런데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길래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 그리도 다정히 손을 흔들어 줄 수 있었던 걸까. 그 손짓은 나의 피로를 지우개로 지우듯이 단숨에 없애버렸다. 내 옅은 미소의 화답은 그날 받은 감동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전까지 익숙하기만 했던 동네가 별을 맞이하는 어느 흑백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그 어둠 속에 서있는 나와도 마주할 수 있었다.아이는 아빠(아니 아빠가 아닐지도 모르겠다.)의 품에 안겨 그 따뜻함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고 그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이되어 세상을 다정히 바라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