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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Aug 25. 2023

치유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8/25 업로드


늦은 저녁, 집에 가기 위해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언덕길을 오르는 빈아. 피곤해 보인다.)


온갖 피로가 쌓인 상태로 터벅터벅 걷는데 어느 부녀가 시야에 들어왔다.

(한 부녀를 발견한 빈아.)


어린아이가 아빠 품에 안겨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빠 품에 안겨 두리번거리는 아이.)


아이는 시선을 하늘로 옮겨 별을 보기도 했고 아빠와 눈을 맞추기도 했다.

(아빠와 눈을 맞추는 아이.)


그러다 옆을 지나던 나와 쓱- 눈이 마주쳤는데

(아이와 빈아가 눈이 마주친다.)


그 작은 손을 흔들며 내게 인사를 건네는 게 아니겠는가.

(아이가 손을 흔들며 미소 짓는다.)


옅은 미소로 화답했지만 속은 그보다 훨씬 큰 치유의 기운으로 가득 찼다.

(옅은 미소의 빈아. 감동받은 표정이다.)


하루의 피로가 다 날아갔던 순간이었다.

(부녀를 지나쳐 언덕길을 마저 오르는 빈아.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처음 보는 낯선 누군가로부터 치유를 받은 적이 있는가. 나는 그 기억이 이렇게 오래도록 나를 살게 할 줄 몰랐다.


 아, 하늘이 벌써 어두워졌네.


 내가 그날 밖에서 뭘 하다가 집에 늦게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늦게 들어간, 때마침 그때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던 나를 칭찬한다. 그 덕에 나는 잊지 못할 누군가의 작은 손짓을 발견할 수 있었다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는 내가 그 아이 눈에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아니면 마냥 반가웠을 수도. 그런데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길래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 그리 다정손을 흔들어 줄 수 있었던 걸까. 그 손짓은 나의 피로를 지우개로 지우듯이 단숨에 없애버렸다. 내 옅은 미소의 화답은 그날 받은 감동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전까지 익숙하기만 했던 동네가 별을 맞이하는 어느 흑백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그 어둠 속에 서있는 나와마주할 수 있었다. 아이는 아빠(아니 아빠가 아닐지도 모르겠다.)의 품에 안겨 그 따뜻함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그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이되어 세상을 다정히 바라보게 했다.


 정말 행복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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