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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글방 Aug 16. 2023

운전이 여행에 미치는 영향 in 창원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창원은 단일 여행지 기준 내가 가장 긴 거리를 운전지역일 것이다.


밀양에서 한 달 정도 지날 때는  일주일은 지인의 전기차로 다녔고 이후에 남편이랑 아이가 왔을 때 처음 주유를 했다.


집에서 내려올 때 기름을 그만큼 써놓고도 남편이 올 때까지 거의 차로 다닌 적이 없다는 의미다.


이후 온 후배들과 선배와 함께할 때는 내 차로 움직였는데 여행 중 주유는 딱 한 번을 하고 그때 채워둔 기름으로 집까지 올라왔다.


영남루를 네 번 갔는데도 밀양 8경 중 하나라는 영남루 야경은 본 적이 없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밤 운전을 안 하기 때문이다...


낮은 돌담이 있는 한옥마을이 좋아서, 한 달가량 머문 고택이 좋아서 다른 곳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도 했지만 운전을 몹시 싫어하는 이유가 더 크다.


생각해 보니 3개월가량 머문 고성에서도 밤의 풍경은 지인들과 함께 한 두어 번 말고는 거의 본 기억이 없다.


창원에서도 야경은 남편이 내려온 날, 딱 하루 보았다. 그 지역의 밤을 제대로 못 보고 오는 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귀산거리 카페 모조




남편 없이 혼자 운전하며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된 건 작년 고성에서부터였다.


고성에 내려갈 때만 해도 고속도로 운전을 혼자 안 해봐서 남편이 조수석에 타고 갔다. 차 없이 내려온 남편은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 처음으로 그 먼 길을 혼자 운전해 집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덜덜 떨면서 집에 가는 동안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는데도 하남 쪽에서 길을 잘못 들어 고생을 많이 한 기억에 지금도 고성에서 오는 길은 긴장이 많이 된다.


집을 혼자 오가게 됐을 뿐 여전히 운전은 꺼려졌다.

고성에 간 초반에는 지금보다 운전을 훨씬 못했는데 굳이 운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주로 가는 식당과 카페, 해수욕장이 도보거리에 있어 편했다.


지인들이 와도 비슷한 곳들만 갔는데 다들 만족해해서 굳이 더 먼 곳까지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 외에는 차로 10분 내외 해변과 식당, 카페를 반복해서 다녔다.


좀 멀리 가는 곳이라고는 20분 거리 오션뷰 카페 정도였속초도 15분 거리여서 아이가 있을 때나 지인들 픽업을 위해 종종 갔다. 강원도에 다른 멋진 해변들이 많고 아이 1학년 때 가족과 한 달 살기 한 추억이 있는 양양에 가볼 만한데도 속초 아래로는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


고성에 있는 동안 가본 가장 먼 여행지는 떠나 오전에 홀로 갔던 화진포였다. 숙소에서 편도 35분 거리인데 그때 얼마나 큰 결심을 했는지, 몇 번이고 가지 말까 고민했는지 모른다.




마산 해양드라마세트장


그런 내가 창원에서는 편도 삼사십 분 거리 바다며 수영장, 놀이공원을 자주 갔다. 원동력은 아이였다.  아마 혼자였다면 멀리 가는 곳이라고 해봐야 20분 걸리는 귀산 카페거리 정도였을 것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10분 거리 창원 가로수길에 주구장창 가면서 독립서점들을 좀 더 자주 찾았을 것 같다. 그래도 아이 덕분에 혼자라면 가지 않을 곳을 많이 다녔다.


36도를 쉽게 오르는 창원의 폭염 속에서 그나마 차를 타고 다닌 덕에 이동이 비교적 쉬웠다.


창원은 계획도시라 도로가 깨끗하고 넓은 편이었다. 서울에 오래 살았지만 면허를 분당에서 따는 바람에 아직도 서울 운전을 못하는 내게 창원은 도시 운전을 제대로 해 본 첫 지역이었다.



자주 지나던 도로 중 오르막길이 하늘과 만나 지평선처럼 넓게 펼쳐진 곳도 있었는데 유난히 구름이 예뻐서 그 구간을 지날 때마다 감탄하곤 했다.


아쉬운 건 식당이나 카페, 여행지들 중 주차공간이 부족한 데가 많았다는 점이다. 공영주차장이라도 많으면 좋을 텐데 내가 잘 못 찾았는지 주차할 곳이 없이 코앞까지 갔다가 돌아온 곳이 여럿이다.


요즘은 종종 요령껏 길가 평행주차도 할 수 있는데 도저히 끼어들 수 없이 양쪽에 차들로 가득 찬 좁은 도로를 지날 때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가고 싶던 맛집이며 카페를 주차장 때문에 포기하다 보면 주차를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곳에 가는 게 스트레스로 느껴지곤 했다.


언제쯤 운전과 주차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지 모르지만 창원에서의 여행이 운전 경험치를 한 단계 높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


대중교통 이용 시 자주 헤매는 나는 만약 차가 없었다면 아이와 둘이 떠나는 여행은 시도조차 못했을지 모르겠다.


아이와 함께 차로 어디든 훌쩍 떠나는 엄마들이 좋아 보이면서도 유독 운전에 겁이 많아 면허 딸 생각도 못했는데 아이가 경기도 외곽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면허를 땄다.


시험에 세 번 떨어지며 운전면허학원에서 유명인사가 됐지만 그때까지도 내가 과연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의심했었다.


연수에만 100만 원가량을 쓰고서도 늘 불안했다. 혼자 운전하는 게 무서워서 옆에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라도 앉아있어야 마음이 편했던 게 고작 1년 전이다. 아이가 작년 가을 코로나에 걸리기 전까지는 아이 학교 외에 혼자 운전하는 곳이 없을 정도였으니 1년도 안 되는 사이 많은 게 변했구나, 새삼 깨닫는다.


감사한 일이다. 운전은 여행이 내게 준 큰 선물 중 하나다.


언젠가 조금 더 시간이 쌓인 후에, 주차할 곳이 있는지 묻지 않고도 원하는 곳에 걱정 없이 갈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꼭 가보고 싶었는데 주차가 어려워 못 간 맛집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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