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개,촌고양이

by 따따따

추석명절을 쇠러 시가에 갔다.

우리 부모님도 촌에 사시지만 시부모님도 촌사람이라 농사도 짓고 그러신다.

부모님집하고 다를바 없는 풍경에다 더구나 시갓집이니 뭐 그리 좋을것도 없지만 동물은 많아서 그게 좋다.
시가는 본집과는 따로 떨어진 곳에 가축을 먹이는 축사가 있다. 원래는 소를 키웠다고 했다. 고향집도 그랬다. 소가 나간 축사는 그냥 농막겸으로 쓰는 것이니 나락이나 고추 따위를 거둘 공간도 있고, 꽤 많은 닭과 고양이와 개가 들바람을 맞으며 밭을 지키고 있다.


그 중에서 원래 살던 터줏대감 암캐는 시아버지를 제외하고는 가족이건 뭐건간에 몹시 짖어댔는데, 남편과 내가 뭘 자꾸 주니까 요새는 가면 아주 좋아죽는다. 터줏대감은 만지기는 곤란해보이는 북슬북슬한 비주얼을 갖고 있기도 하고 행여나 익숙찮은 손길에 입질이라도 할까봐 손대지는 않는다. 좀 미안하긴 하지만 간식은 꼭 터줏대감 먼저 준다.

새로 들인 옆방 동개는 아무것도 모를때라 귀엽고 활기차며 다정하기가 그지없다.

똥개 똥개 하기엔 미안하고 무엇보다 몹시 귀여워서 동개라고 이름을 붙여줬다. 흰 양말을 신고 있는 예의 있는 놈이다.

동개는 개집 천장에 머리를 박아도 히히 꼬리가 부딪혀도 히히 밝고 천진난만한 강아지.

꽃순이는 애초부터 성질이 뾰족해서 누가 됐든 자기 얼굴 만지는걸 대놓고 싫어했지만, 이 애는 만지기만 하면 노골노골 녹아든다.
귀엽다. 착하고 다정한 것.

시아버지께서 동물을 좋아하긴 하시지만 옛날 어른이라 산책시키고 그런건 모른다. 결코 잡아먹거나 팔지는 않고,목줄 잘 매어두고 밭이나 지키게 하고 오며가며 머리 쓸어주고 끼니나 꼬박 챙겨주고 그러신다.

고향 부모님집과 달리 시집은 나락농사를 하니까 쥐를 잡는 살지니가 필요하다.

아버님이 한 배 고양이 세마리를 얻어와서 셋이 잘 크고 있었는데 전염병이 돌았는지 두마리가 죽고 없었다. 살아 남은 것은 본래도 식탐이 많은 서열1위였던 수고양이 한마리.

숨바꼭질을 좋아했던 제일 작은 놈은 이날도 없었다. 얼룩이는 암놈인데 덩치는 제일 컸지만 저보다 덩치 작은 수놈에게 늘 방망이를 맞았다. 얼룩이도 지금은 없다.
살아남은 수놈.이름은 없다 그냥 살찐이

날 좋을땐 모험도 다니고 메뚜기도 잡고 쥐도 잡으면서 자유롭게 사는거 같은데,새끼때부터 봐서 그런지 애옹 하고 부르면 대답하면서 달려온다.

개와 마찬가지로 시아버지께서 자유방임하였던지라 사람손엔 익숙치 않아 털을 쓸어주려하면 꿀렁꿀렁 웨이브를 타면서 피한다.
뭘 좀 주면 잠시 참아준다.요망하기는 하거니와 털가죽이 무척이나 반짝이고 알도 떼지 않은 레알 수놈인데도 가느다란 목소리가 사뭇 나긋하다.

촌고양이가 어찌 이리도 보드랍지.

이제는 좀 안다고 사람 다리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애웅애웅 말도 붙이고 따라다닌다.

그놈의 전 부치느라 심신이 피곤했는데 남편이 불러내어 선선한 들바람 맞으며 얘네들이랑 놀고 나니까 기분이 퍽 좋아졌다.
이렇게 귀여워도 아파트에서 키우긴 곤란하겠지.

또 보자. 이번에도 고오급 간식을 듬뿍 사서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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