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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Jul 13. 2020

오글거림 대신 낭만을 건네던 순간

8-90년대와 비교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편한 세상을 살아가는 난,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을 동경하는 사람 중 하나다. 93년에 태어나 99년까지의 기억은 아득해져 버린 지 오래, 개인적으로 동의는 못 한다만 삶은 윤택해졌다. 부모님, 친구의 손보다 익숙해진 것들이 내 손에 쥐어쥐고, 그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할 것들을 누리고 있으니 행복해져야 하건만 이유 모를 아쉬움이 늘 있었다.

불편함이 주는 낭만 혹은 촌스러움이 가득한 친근함, 지금은 느껴볼 수도 없는 엇나간듯한 단어들. 문득 88년 대학가요제 속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영상을 보며, 훨씬 다채로운 모습의 청춘들이 가득했던 그때 그 공간에 있고 싶었다. 아무렴 단점만 보이는 현재와 미화된 과거의 멋들어진 영상일 뿐이지만, 오글거림 대신 생동한 무언가가 있었던 시기.

진지하게 느끼는 바를, 본인의 솔직한 감정을 남들 앞에서 표현하는 건 모난 모양이다. 오글거린다는 말이 뒤범벅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기감정과 모양을 숨기기 바쁘다. 어느덧 평범한 동그라미가 판을 치며 그걸 옹호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세상에서 어느 곳에 낭만이 뉘일 수 있을까. 나와 같은 결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내가 낭만이 되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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