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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스 May 04. 2023

어른이 될수록 깨닫는 나의 결핍에 대해

Step 4. 내면아이를 반드시 만나야 하는 이유

<이전글 참고>

https://brunch.co.kr/@binnis-insight/6

내가 사랑해주지 않았던 내 안의 것들을 소중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될 때,
손상된 인격의 조화와 화해가 이루어지며 비로소 인격의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존 브래드쇼

상처받은 내면아이(해결되지 않은 상처)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어른이 되면 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내면아이는 '아이'답게 겉은 어른이지만 속은 어리광을 부리며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게 만들어서 남도 자신도 당황시킨다. 우리는 이를 ‘어른의 사춘기’ 혹은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칭하며 가볍게 넘기기도 한다.


*지랄 총량의 법칙 : 사람이 살면서 평생 해야 할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로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김두식 교수의 책에 나오는 말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 하고 지나가기엔 내면아이는 우리 삶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사춘기를 겪는 사람뿐만 아니라 무탈하게 살고 있더라도 내 안의 ‘내면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알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대체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걸까?


인생 여정의 운전자


이전 글에서 나의 가치관의 뿌리에 내면아이가 숨어져 있듯, 내면아이는 나에게 닥친 크고 작은 모든 선택들의 배경이 된다. 특히 진로, 취업, 결혼 등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들을 자신이 스스로 했다고 생각할지라도 사실은 내 안의 내면아이가 개입되어 있다.


우선,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솔직하게 답을 해보자.

지금까지 살면서 내린 굵직한 선택들의 근거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을 온전히 내 영혼이 바라는 대로 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모든 선택의 배경은 과거의 경험에 대한 학습으로 인해 나타난다. 그리고 아주 먼 과거까지 돌아가보면 자신의 핵심적인 결핍이 무엇인지 그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자신이 가진 고유의 결핍은 성향과 가치관 전반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 결핍을 채워줄 '사람'을 찾거나 혹은 아예 그 결핍을 직면하지 못하는 '상황'을 선택한다. 또한 갈등과 혼란 과정(특히 가족과 얽혀있는 경우)에서 내린 결정에서 나의 결핍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나의 내면아이 고백

필자는 '인정과 칭찬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한 사람으로 자랐다(필자도 내면아이를 발견하고서야 핵심욕구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인정할 만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이름 있는 학교, 직장을 목표로 성실히 살았다. 심지어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지만 배우자상도 부모님께 칭찬받을만한 조건 위주로 기준을 세워두고 있었다.


결국 나는 내면아이의 상처를 동력으로 겉보기엔 많은 것을 이뤄냈지만, 직장에 들어간 뒤로 너무나 큰 방황의 시간을 가졌다. 인정받고 싶었던 부모님께서 자랑스러워할 만한 회사에 들어갔는데, 맡은 직무가 나의 적성에는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정'에 대한 결핍이 있는 내면아이는 직장에서도 인정을 받고 싶어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매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더해져 갔고, 불안해진 내면아이는 과도한 음주, 무분별한 이성 교제 등 나를 해치는 방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했다.


그때서야 알았다. 내 인생의 운전대는 나의 상처받는 내면아이가 쥐고 있었고, 그 내면아이의 '결핍'이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선택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브런치 독자들은 주체적인 삶을 지향할 거라고 믿는다. 내 인생의 운전대를 '나' 자신이 잡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나의 내면아이를 직면하고 자신이 내린 선택들의 근거를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자신에게 갇혀있는 선택들만 하게 만들면서, 가장 수준 높은 욕구인 '자아실현'을 이룰 수 없도록 방해할 것이다(게다가 자아실현을 할 생각도 못하도록 막는다). 또한 자기 인생을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주도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격렬한 감정이 나를 삼키는 시간을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성장의 방해꾼


'성장'에 대해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개념은 가지각색이다. 여기서 말하는 '근본적인 성장'은 자아실현을 이루게 해주는 성장을 말한다.


*자아실현 : 하나의 가능성으로 잠재되어 있던 자아의 본질이 실현되는 것


자아실현은 일반적인 욕구와 달리 채울수록 충만해지는 가장 이상적인 욕구다. 또한 자기 자신의 깊은 내면을 아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상위 욕구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 나'를 해체하고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가짜 나' 해체하기

내가 무의식적으로 해오던 방어기제의 패턴이 '가짜 나'의 형성 과정이다. 이를 '자의식'이라고도 표현한다. 쉬운 표현으로, '가짜 나'는 사회적으로 자신이 보이고픈 자아를 말한다. 그리고 그 자아는 대게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결핍을 채우는 방향으로 형성된다. 즉, '가짜 나'의 해체는 (내면아이가) 상처받기 두려워 습관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가로막던 '방어막들'을 하나씩 깨는 과정을 말하고, 이것이 바로 자아실현에 가까워지는 성장이다.


내면아이가 가진 결핍은 자기 자신을 직면할 수 없게끔 방어기제를 만들어 '진짜 나'의 성장을 방해한다. 반면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하게 된다면, 내면아이는 고착화된 방어기제를 깨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동력으로 변신한다. 왜냐하면 내면아이 존재를 '인식'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선택이든 자신의 결핍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점차 영혼('진짜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스스로 자신의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할만한 선택들을 하게 만든다. 즉, 갇힌 박스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삶의 자산이 되는 근본적인 성장이다.


정리하자면, 성장에는 다양한 모양이 있겠지만 '의미 있는' 성장은 개인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틀과 패턴을 벗어나는 성장을 말한다. 그리고 그 성장의 방해꾼인 내면아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접근 방법이다.


주의 : 결핍은 없애는 게 아니라 '수용'하는 것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점이 있다. 결핍을 '없애기' 위해 열심을 다하는 게 근본적인 성장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열등감(결핍)을 성공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맞다. 하지만 열등감도 제대로 치유하지 않으면 환경에 상관없이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면 열등감을 불러일으켰던 많은 결핍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왜 그들 중 상당수는 존경받기 어려운 사생활을 가지고 있을까?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면아이를 직면했다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공감해 주고 위로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치유'이기 때문이다. 돈으로 모든 게 다 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내면아이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사랑이다.  


성장의 근본은 '성숙한 인격'

또한 '인격적인 성숙'도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성장에 해당된다.


개인적으로 인격의 성숙도는 그 사람이 제일 잘 나갈 때와 제일 바닥일 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내면아이를 수용한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숨기고 싶었던 수치스러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도 쉽게 자만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존감이 깎이는 상황이 오더라도 내면아이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줄 안다. 즉, 상황을 초월하고 내면의 단단함을 유지할 수 있다.


나아가 '저 사람도 (나처럼) 상처받은 내면아이 때문에 저렇게 행동하는구나'라는 통찰력이 있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존중과 긍휼히 여김이 인간관계에서 묻어난다. 이것이 인격의 근본적인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가짜 나'의 힘이 너무 세지면 '진짜 나'를 압도하고 내 주인 노릇을 합니다. 내가 흔들립니다.
'가짜 나'가 적응과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진짜 나'는 성장을 위한 것입니다. '가짜 나'와 '진짜 나'의 경쟁이 시작되면 '가짜 나'는 '진짜 나'의 영양분을 빼앗고 성장을 방해합니다.
-'프로이트의 의자', 정도연

자식은 부모의 팔자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 이유를 생물학적 유전이 아닌 정서적인 유전이라고 생각한다. 성인이 되서라도 내면아이를 직면하고 치유하면 충분히 대를 확실히 끊을 수 있다. 더 이상 과거를 원망하진 말자. 그리고 미래의 내가 현재를 탓하지 않을 만큼 '나'를 알아가기 위해 지금부터 노력하면 된다. 노력 끝에는 반드시 기대 이상의 변화된 나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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