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요?

평화롭고 잔잔한 물결에 날아온 외도라는 돌멩이, 아니 바위

by 돌고래 바비

약 10년의 세월 동안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꿈꿔왔고, 계획한 대로 안정적인 직장, 자신감 넘치는 아들, 눈웃음이 예쁜 딸까지, 누구 못지않게 행복함을 느끼며 종교는 없지만, 하루하루 매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삶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 문자를 확인하기 전까진,


나는, 전 와이프, 아, 전 와이프를 F라고 해야겠다. (이니셜은 아니지만, 그냥 F라고 표현하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F라고 하겠다.)

F와 나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만, 안정적인 가정을 원했고 각자의 일에 대해서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잘 아는 만큼 음주로 인한 늦은 귀가나 야근을 해도 서로가 '나쁜 짓, 실망을 주는 행동'은 안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으로 인해 서로를 의심하거나 이성문제로 트러블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니, 이성문제뿐 아니라, 결혼 10년의 긴 시간 동안 큰 소리를 내거나 싸운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끝까지 같은 편이 되어 주는 건 가족이 아닌가? 그런 가족끼리 싸움을 할 수 있다고?"

연애 시절부터 '밀당'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낄 뿐 아니라, 이해를 하지 못하는 나였었다. F도 마찬가지였고,

'당기기만 하면서 사랑해도 부족한데, 밀어낸다고? 왜? 대체 왜?'


서로에게 항상 떳떳하게 지내온 우리는 당연히 서로의 폰을 공유하며 (사실 패스워드를 설정해 놓지 않고 지냈다.) 언제든지 서로의 폰에 저장된 아이들 사진 등을 보며 지냈고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또한,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자려고 누워서 F의 폰에 저장된 아이들 사진을 보다가 우연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F와 같은 회사 사람 D가 나눈, 누가 봐도 '우리 외도합니다. 아니, 우리 사랑합니다.'라는 대화 내용을 캡처해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손이 떨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 느낌이 들면서

눈알이 튀어나올 거 같았고

당장이라도 구토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움직이지도 못한 채, 단 한 장의 사진에 있는

대화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조용히 폰을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잘 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이건 아닐 거야, 오해일 거야, 뭔가 착각하는 걸 거야',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이게 뭐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아냐, 아무 일도 아닌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잘 못 본거야, 이건 오해야.', '오해겠지?', '오해여야만 하는데?',

'우리 가족은 지금 너무 행복한데?',

'애들은 어떻게 해야 되지?', '제발 제발 제발 오해이길 제발'


아무것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있는 F를 옆에 두고 내 심장은 몸 전체를 들썩일 정도로 쿵쾅거리고, 수만, 수천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퀴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누웠다가 일어서고, 방 안에서 왔다 갔다 돌아다니고, 가만히 있어도 죽을 거 같고, 그렇다고 움직이면 쓰러질 거 같고, 숨이 막히는 느낌, 토할 거 같은 느낌이 들면서 미쳐 돌아버릴 거 같았다.




그렇게 정신 나간 미친놈처럼 밤을 지새우고

출근시간이 되었다.

F가 출근 준비를 위해 욕실로 향했고,

나는 밤새도록 싸운 '오해라는 내 믿음'과 '내가 본 사실'의 승자를 확인하기 위해, F의 폰을 다시 열었다.


없다. 내가 봤던, 그 '더러운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이 없다.

다행이다. 내 믿음이 이겼구나! 내가 꿈을 꿨었구나?

무슨 일이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손은 사진첩 휴지통을 누르고 있었다.

(갤럭시 폰은 사진 삭제 시 휴지통에서 30일간 보관 후 완전 삭제 된다.)


'이게 말로만 들었던, 나에게는 일어날 것이라곤 단 한 번도,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았던, 판도라의 상자구나.'


사진첩 휴지통에선 F와 D가 주고받은 '더럽다 못해 토할 것 같은 저급한 성적인 대화'를 캡처한 사진들이

내 가슴을 후벼 파기 위해 쏟아져 나왔다.


'우린 서로 첫사랑이 아니지만, 끝 사랑이야'

'내 몸은 당신거예요. 사랑해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메시지부터


'혼자 XX하려고 했는데, 내일 너하고 해야 되니,

오늘은 참을게'

'오늘 강하게 하고싶다'

서로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는 얘기들까지


나의 몸과 마음은 둘의 대화를 하나씩 볼 때마다 바닥을 뚫고 땅 속으로 쳐 박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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