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F)에게 외도 사실을 따지다.
"나 사실 알게 됐어. 너 D와 만나고 있다는 거"
"무슨 소리야, 그냥 같은 부서 동료일 뿐이야. 절대 그런 거 없어."
"다 아니깐, 그냥 잘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해줘."
"아니라니깐 뭘 듣고 봤는지 모르겠는데, 진짜 아니야. 기분 나쁘니깐 그만 얘기해"
마주 앉아 차분히 얘기했다. 욕도 하지 않았고 화도 내지 않았다.
내가 흥분해서 화를 내면 우리의 관계는 기회조차 없이 여기서 끝날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냥 모든 걸 직접 사실대로 얘기하고 용서를 빌길 바랐었다.
나는 아직 F를 사랑했고, 우리 가족을 지켜야 했으니깐.
용서를 빌면 앞으로 안 그러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F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볼 생각이었다.
끝까지 아니라고 거짓말하는 모습에 나는 내가 찍어놓은 F와 D의 대화 내용을 보여줬다.
말이 없다. 사과도 없다.
F가 아닌 내가 눈물을 쏟았다. 그러다 울분을 토해냈다.
"왜! 도대체 왜! 뭐가 부족해서 그런 짓을 했어?"
"도대체 내가 뭘 잘 못 했고, 우리 애들이 뭘 잘 못 했길래. 우리한테 이러니?"
"도대체 왜 그랬니? 뭐가 그렇게 좋았니? 뭐 때문에 우릴 속여왔니?"
"바쁘다고 해서 혼자서 애들 챙기며,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왜 도대체 왜!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F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발,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하라고!"
"...... 미안해."
F는 미안하다는 한 마디 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래, 나는 우리 가정을 깰 생각이 없어. 네가 모든 걸 인정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각서 쓴다면,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볼게"
"근데 인정 못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 같으면 그냥 이혼 합의서에 도장 찍자"
나는 준비한 이혼 합의서를 꺼냈다.
"싫어. 나도 안 그럴게" F가 말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F도 아직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구나.'
'다행이다. 다행'
'그래. 시간 지나면 잊힐 수도 있고 나만 모른 척하면 모든 건 다 똑같은 거야'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모든 게 똑같은 거야.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지낼 수 있을 거야'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 다시 말을 꺼냈다.
"자, 이제 우리는 다시 신뢰를 쌓아야 되니깐 절대 거짓말은 하지 마.
지금까지 어떻게 된 일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가 직접 얘기해 봐"
"1년간 한 달에 두세 번 성관계를 가졌어. 미안"
F는 둘이 만나던 기간, 있었던 일들을 최대한 줄여서 얘기를 했고 나는 눈물을 흐르며 듣기만 할 뿐,
아무 대꾸,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얘기가 끝나고 우리는 각서를 작성했다.
부부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금기사항 몇 가지와 앞으로 다시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할 몇 가지를 작성했다.
사실 뭘 어떻게 해야 될지도 잘 몰랐다. 화를 내고 한바탕 싸워야 했는지, 이렇게 각서를 쓰고 이해하려고 하는 게 맞는 건지, 그냥 첫 단추부터 바로 이혼을 하고 혼자서 애들을 키우는 게 맞는 건지, 나는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아무도 불륜을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으니깐,
시간도 없었다. 애들이 할머니와 같이 간 키즈카페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돌아오기 전 모든 얘기를 끝내고 비밀을 유지해야 했으니 서둘러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각서를 받았고, 믿었다. 각서가 잘 지켜질 것이고, 우린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