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누구나 아픔 하나씩은 있잖아요?

by 돌고래 바비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러운 이별을 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서류로 남남이 되었고 우리 둘 만 이 사실을 알뿐,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은 F가 미국으로 발령이 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전에도 엄마와 있는 시간이 적어서 그런지 엄마가 미국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나 또한, 이혼 전, 아무 때고 눈물이 흐르면서 느껴지는 공허함, 억울함 등이 이혼 후에는 금세 안정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전처럼 불현듯 생각나는 배신에 가슴이 아프거나 길 가다 행복한 가정을 보면 아이들 생각에 눈가가 젖어오는 일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점점 단단해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가 F에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이제 부부간의 연은 끊어지고 아이들에게 엄마로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만 인식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했다.


'행복한 우리 가정에서 F만 나갔을 뿐, 나와 우리 아이들은 그전 보다 더 행복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운이 좋게도 행복하고 안정적인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았었다.

어렸을 적부터 항상 네 식구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금전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과 편안함, 언제나 내편이 되어줄 거라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믿음을 갖고 살았다.


독립 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여느 부모들이 하는 생각처럼 가정의 행복, 믿음, 편안함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내 삶, 내 인생에 배우자의 불륜이라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그저 남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나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불륜을 겪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 지는 경우가 많았는지, 가깝게 지내는 형님과 밥을 먹을 때, 무심코 나에게 물었다.

"너 요즘 안 좋은 일 있지?"

"네?"

"얼굴 안 좋은 거 보니, 무슨 일 있구나.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이겨내. 우리 나이에는 남들한테 얘기하기 어려운 아픔 하나씩은 다 갖고 살아."

"... 네"


무심코 던진 듯한 형님의 말씀이 집에 가는 길에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 나이에는 남들한테 얘기하기 어려운 아픔 하나씩은 다 갖고 살아.'


누군가에게는 별 뜻 아닐 수 있고, 내가 의지할 곳이 필요했거나, 격려, 조언이 듣고 싶었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이 말에 '그래, 이혼 따위는 별거 아니야. 잘 이겨 낼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힘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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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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