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정법원에서 F를 만났다.
가정법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이혼 신청을 하기 위해 긴 줄을 서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혼하는구나, 맞아, 누구나 사연이 있을 테니, 이혼하는 사람도 많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줄을 섰다.
'내가 여기까지 오다니, 내가 생각한 인생에 이런 상황은 없었는데, 역시,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구나, 나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쯤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이혼조정 심판관? 앞에 앉았다.
"아이들의 친권, 양육권을 아버지가 가져가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네"
"약속하신 접견일자, 장소 등에 대해 동의하시나요?"
"네"
"다시 서로의 관계에 대해 이해를 하고 마음을 바꿀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3주간의 시간을 드릴 테니,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시고 다시 만나시죠"
"네"
이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나에게는 3주라는 시간조차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주 동안 나의 결심, 생각 이 바뀌지 않을뿐더러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3주 동안, 지금까지 모아 온 부동산, 주식 투자를 정리하였다.
아직 법적으로 부부인 상태로 부부간 증여세가 발생하였고 F는 증여세가 아깝다며, 법적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따로 살자는 어이없는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한번 마음먹은 나의 마음, 생각은 작은 미동조차 없이 모든 걸 감수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모든 게 정리되고 우리는 다시 이혼조정 심판관 앞에 앉았다.
"3주 동안 생각의 변화가 있으신가요?"
"아니요"
"아이들의 친권, 양육권은 부가 가져가고 접견일시는 변동 없으신 거죠?"
"네"
"두 분의 이혼 사실을 인정하며 2주 안에 관계부처에 신고하시면 됩니다."
"네"
모든 게 끝났다. 10년을 넘게 이어온 결혼생활이 완전하게 끝났다.
하,,, 속이 후련할 정도로 개운했지만, 아직 남은 것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부모님께는 어떻게 말씀드릴 것이며, 당장 아이들을 봐주는 장모님은 어떻게 내보내고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이냐에 대한 고민들이 남아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이혼가정이라는 상황을 주고 싶지 않았던 나는 F에게 얘기했다.
"해외로 발령 났다고 하고 집에서 나가라,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접견일자에 맞춰 휴가 왔다고 하고 애들을 만나라, 장모님께는 부모님께서 애들을 봐주시기로 했으니, 이제 나가시라고 해라."
F는 이혼을 얘기 안 한다는 건 본인의 잘 못을 얘기 안 하겠다고 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생각을 한 건지, 나의 제안에 동의를 했다.
이후, F와 나는 한동안 평소와 다름없이 살면서 아이들과 부모님께 곧 해외로 발령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하나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언젠간 이혼에 대해 가족들에게 얘기를 해야 된다는 부담은 있었지만,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최대한 모든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러운 이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