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도 노력할 만큼 했다.

by 돌고래 바비

딱 그거 하나였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없는 삶을 줄 자신이 없었다. 그냥 행복한 가정에서 밝게 자라길 바랄 뿐 이었다.

물론, 내 마음은 아프고 쓰리고 괴롭겠지만, 나만 모른척하고 눈감으면 모든건 아무 문제 없어보였다.


그렇게 두 번째 외도를 지나, 우리는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니, 나는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뿐,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F(전 와이프)가 그 동안과 다르게 야근은 거의 하지않고 정시에 퇴근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시간을 늘려갔다. 간혹, 회식이 있는 날에는 시키지 않았음에도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 얘기를 하며 다시 신뢰를 쌓으려는 듯한 노력을 했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만 잘 달래면 모든게 좋아질 것이라는 착각을 키워가고 있었다.




착각속에 조금씩 마음을 잡아가며 다시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시작할 때쯤, F가 회식이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나 빠지기 어려운 회식이 있는데, 가도 될까?"

"응"

"팀원 4명하고 회사 정문쪽에 있는 OO식당에서 먹고 9시쯤 끝나면 바로 갈게. 혹시나 해서 얘기하는데, D(상간남)는 없어."

"그래, 눈 많이 와서 집에 오기 힘들텐데 늦지않게 와"


어느 때처럼 회식 참석여부에 대해 물어보고 장소, 인원에 대해 얘기를 해주었고, 나는 '설마 또 그러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아무렇지 않게 가라고 했다. 일찍 퇴근하여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창밖에 하얀 눈이 펑펑 내리며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었다. 나는 눈이 많이 와서 택시가 안잡힐 것이라는 생각에, F에게 카톡을 보냈다.

"눈이 많이 와서 택시가 안잡힐텐데, 끝날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갈게."

답이 없었다.

전화를 했다. 받지않는다.

'안되겠다. 끝난다는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가야겠다. 가는길에 연락이 되겠지.'라는 생각에 차를 몰고 15분 거리에 있는 F가 얘기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앞에 도착했을때, 식당 간판 불이 꺼진 것을 발견했다.

'어? 왜 불이 꺼져있지? 문 닫았나?, 그럼 어디갔지?, 2차갔나?' 라는 생각에 식당 앞에 잠시 주차를 하고 폰을 확인했다. 아직 내가 보낸 카톡도 읽지않고 연락도 없었다.

잠시 차에 앉아, 무슨 일인지 생각하다가 문득 옆에 주차된 차를 봤다.

D의 차와 동일한 차종이었다. '우연인가?, D는 오늘 회식에 안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차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짙은 선팅이 된 차안을 봤다..

모든 게 무너졌다. 이젠 끝이었다.

차 안에는 옷을 벗은 채 껴안고 잠들어 있는 F와 D가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내가 그렇게 지키고자 노력했던 가정을 지킬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화가 났다.

두 번씩이나 기회를 줬는데 또...

이젠 나도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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