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F
F(전 배우자)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당연히, D(전 배우자의 애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확신했다.
심한 배신감과 모욕감에 나는 너무 화가 났다.
특히, 우리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을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이젠 모든 게 끝났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특히, 나와 마지막으로 관계를 가진 건 두 달 전쯤?인데 언제나 그렇듯 피임을 했었다.
F의 임신이 D로 인해 발생됐다고 확신하고 있는 나에게 눈물로 호소하며 내 아이라며 믿어달라고 했지만,
나는 만약 0.1%라는 가능성으로 내 아이를 임신했다고 해도, 나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기도 전에 D에게 임신테스트기 사진을 보냈다는 그 사실이 더럽고 화가 났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혼을 통보한 후 출근을 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막상 이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해야 할 일, 현실에 대한 고민들이 생각을 가로막았다.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하지?'
'부모님께는 어떻게 설명하지?'
'이혼하게 되면 재산은 어떻게 나눠야 되지?'
'애들은 어떻게 봐야 되지?, 육아도우미를 고용해야 되나?, 부모님께 부탁을 드려야 되나?'
현실적인 고민들과 싸우고 있을 때,
F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지막 기회를 줘, 미안해"
"늦었어. 나는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다고 생각해. 더 이상은 안 돼"
"그래, 그럼 내가 그냥 죽을게, 애들 잘 키워줘"
"..." F가 전화를 끊었다.
뭐지? 이건 뭔 소리야? 갑자기?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애들한테 부끄러운 꼴 보이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나는 F를 다그쳤다.
"아냐, 나는 이제 살 이유가 없어. 마지막으로 얼굴 보고 얘기하자. 회사 앞으로 갈게"
"그래. 짧게 보자"
나는 일단 F가 흥분상태인 것으로 생각하고 진정하는 시간을 벌고자 했다.
얼마다 F가 회사 앞에 왔고 우리는 잠시 차에서 얘기를 이어갔다.
"나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수 없어?" F가 말했다.
"없어, 나도 버틸 만큼 버텼다고 생각해. 더는 힘들어. 정리하는 과정도 힘들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힘들 거 같아.
이제 그만하자."
그 순간,
F는 준비해 온 커터칼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고, 피가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나는 빠르게 지혈을 하고 바로 병원 응급실로 차를 몰았다.
제발 무사하라는 생각만 있을 뿐 아무 생각도 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의사의 조치를 받고 생명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참,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얼마나 많이 했길래 이런 경험을 다하고 살아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탈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고, 그냥 모든 게 부질없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까지 후회할 일을 왜 했을까?', '이것조차 거짓일까?' F를 원망하고 의심하는 생각부터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인 생각까지 들면서 모든 게, 모든 상황이 그냥 다 싫었다.
치료 후 심리상담을 권유 받고 병원을 나섰다.
나는 허망함에 화도 나지 않았고, 그냥 모든게 다 싫어졌고 될대로 대라는 식의 자포자기 심정이었던거 같다.
F와 싸울힘도 없었지만, 뭘 어떻게 해야될지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될지 생각조차 들지 않고 그냥 자고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고민 없이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집까지 차를 몰고가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다 싫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있는 건지 알수 없지만, 계속 한번만 용서해 달라며 매달리는 F도 싫었고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계속 발생하는 사유, 이 상황 모든게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