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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Nov 17. 2022

정발산 둘레길의 가을 만찬

길이 일상에게 주는 소소한 행복

둘레길에 반하다

뜨겁게 불태우다 떨어진 낙엽은 주단을 깔았다. 나뭇가지에는 여전히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잎새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조붓한 산길은 마치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듯 자연스럽다.

정발산 공원 둘레길의 늦가을 풍경

내가 늘 산책을 다니던 뒷산 정발산에 작년 가을 둘례길을 조성했다. 매일 다니던 동네 뒷산에 둘레길을 조성한들 뭐 별다를 게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꼭 1년 만에 만난 그 길이 이처럼 아름답게 빛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매일 가도 늦가을이 주는 그 아름다운 변화에 늘 새로운 행복을 주는 길이다.

곳곳에 쉼터가 있어 느긋하게 즐기기에 좋다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을


시골살이를 준비하며 이 마을을 떠나게 될 아쉬움이 마음 바닥을 자꾸 꿈틀거리게 한다. 일상의 편리함과 이처럼 계절별 느낄 수 있는 정서들 모든 것이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왜 떠나야 하는지 자꾸만 되묻게 된다. 혼자 마음 같아서는 이주를 멈추고 싶은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든다. 하지만 남편은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정발산 둘레길 휴레스트에 어둠이 내렸다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따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더 나이가 들면 지금보다 더 두려울 테고 용기는 꺾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면 그제야 다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내 평생 해보고 후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일지도 모르니까.


한 바퀴를 다 돌면 4km 남짓한 이 둘레길에서 나는 요즘 날마다 늦가을의 만찬을 즐기고 있다. 잔치는 끝날 테고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 이 길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따스하게 품고 겨울을 맞이 하리라.


2022.11.16.

산책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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