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심리적으로 역대급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프랑스에 갈 생각에 들떠, 오랜만에 생기가 돌던 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웃고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초라하다.
프랑스인의 삶을 미리 경험해보겠다며 저녁마다 와인을 곁들였는데, 이제는 즐기려 마시는 게 아니라, 점점 알코올에 기대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 지끈거리는 삶의 시작은, 남자친구에게 마음을 털어놓은 그날 이후다.
매일 밤 통화하면서 "뭐 하고 있었어?"라는 물음에, 프랑스에 대해 찾아봤다는 말 대신 "유튜브 보고 있었어"라고 얼버무리는 날들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파리의 크로와상 영상을 보고 잔 탓인지, 크로와상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출근 전, 집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맛집을 찾아갔다. 기대보다는 별로였지만, 하고 싶은 걸 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후련했다.
그날 아침 10시 즈음, 문득 고민이 들었다.
‘그냥 회사 가지 말까? 안 가면 뭐하지?’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유학원 상담이었다. 갈 만한 곳들을 찾아 한 군데씩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나만 걸려라, 제발.’
세 번째 시도 끝에 한 곳과 연결되었고, 회사엔 급한 개인 사정이 생겼다고 연차를 냈다. 첫 번째 유학원에서 추천받은 어학원 비용은, 1년 등록 시 내 유동 자산(?)의 절반 이상이었다. 대학교 4년 학비보다도 비쌌다. 손이 떨렸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유학원에서도 비슷한 금액 얘기를 듣고 나니 점점 무뎌졌다.
‘그곳에서 살아볼 수만 있다면… 괜찮은 투자 아닐까?’
그렇게 하루를 '농땡이'친 날, 이상하게도 이 날만큼은 그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퇴근했어? 저녁은 뭐 먹어~?”
“…”
그동안 내가 저지른 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나도 안다. 그가 느꼈을 배신감, 내가 아주 몹쓸 짓을 했다는 것을. 그래도 나는 조금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뻔뻔하게 굴었다.
하지만 그가 감정을 드러낸 순간부터는 뻔뻔함을 유지하지 못햇다.
그때부터였다. 나를 설레게 했던 모든 것들을 스스로 억누르기 시작한 건.
현실과 타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지옥의 문이 열렸다.
이제 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용기도, 새로운 변화를 시작할 용기도 모두 잃어버린 걸까.